저녁식사 후 밖에 나가 농구를 했다.
 낯선 아이들과 어울려 열심히 뛰고 있을때 갑자기 눈 앞이 번쩍했다. 그 다음은 부러진 안경과 웃고 있는 내 또래의 아이가 보였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맞았다. 공에 맞았다.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아 올랐고 나는 복수할 마음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무님께서 알려주신 「경계」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친구의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의 말에 아까부터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던 싸늘한 눈빛을 거두고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 앉았다.
 「잘한 것 같다」
 안경테가 부러져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몸에 아무런 상처도 없고 불쾌감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 지금은 9시가 넘었다. 소중한 일기시간을 통해서 경계에 대하여 많이 생각한다. 내 얼굴에는 테이프로 감아 놓은 안경테가 헐렁하니 얹혀 있지만 되돌아 보니 마음은 헐렁하지 않다.
 오히려 그 낯선 친구와의 대화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런 하찮은 일로 화를 내려했던 내가 더 부끄럽다. 그리고 모든 일에 경계을 생각한다면 화를 막을 수 있겠다.
 경계! 짧지만 맵고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언제나 쓰일수 있는 단어 같다.
 오늘 일어난 일로 경계를 배웠다. 그리고 느꼈다. 사실 안경테가 맘에 안들었는데 바꾸게 되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부러진 안경테로 인해 엄마가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엄마에게도 「경계」란 것을 알려 주면 화를 안낼까?
〈전주교당·풍남중 3년 허원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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