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그 어떤 것보다 대중과 밀접한 예술 장르이자 종합 예술이다. 배우는 물론이고 대본·의상·조명·음악·미술 등이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영화속에 흐르는 다양한 음악들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하지 않나 싶다. 1967년에 제작된 스웨덴 출신의 보 비더버그 감독의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매혹적인 영상에다 꿈결같이 펼쳐졌던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 K 467'이 있어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명화가 되었다.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했던 '귀여운 여인'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중 '라 트라비아타'의 슬픈 선율이, 중년의 사랑을 애절하게 그렸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선 벨리니가 작곡한 오페라 '노르마'중에서 '정결한 여신이여'라는 아리아가 가슴아픈 이별을 예견하듯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는 여주인공 프란체스카의 모습 위로 흘러 나왔었다.

한국 영화로는 '동감'에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Air'가 시간을 초월한 사랑의 향기를 더해 주었고, '미술관 옆 동물원'에선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귀엽고 발랄한 대학생을 소재로 한 '엽기적 그녀'에선 파헬벨의 '카논 D장조'가 엽기녀 전지현의 피아노 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 카논(Canon)이란 작곡 형식을 뜻하는 용어로 간단히 말해 '돌림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형식인데 오늘날에는 파헬벨의 카논이 가장 유명하고 많이 연주된다. 광활한 초원과 붉은 석양의 장엄함이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더불어 아프리카의 순수한 자연미에 감동하게 했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일상의 탈출을 꿈꾸게 했고, 시칠리를 배경으로 한 '대부'에선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중에 나오는 간주곡이 잔인한 마피아와 대조를 이루었다.

거세된 남성의 불행하지만 천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영화 '파리넬리'에서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연주되면서 클래식과 대중과의 만남이 한결 친숙해진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음악이 없는 영화는 상상할 수 없고 오랜 시간이 흘러 영화의 내용은 희미하게 기억되지만 영화속의 음악들은 오히려 생생하게 남아 가슴 한 켠에 늘 자리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영화 속의 고전 음악을 골라 들으며, 추억의 영화를 음미해 보는 것도 생활속의 내밀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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