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은 추석, 신라의 가배로부터 유래하여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벌초 성묘 등을 하던 중추절이다.

설과 추석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2대 명절이다. 특히 추석의 경우는 한창 깊어가는 가을철인데다, 맑고 높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 송편, 온갖 과일, 때때옷 정말 생각만 해도 풍성한 낭만이 넘쳐흐른다.

게다가 푸르다 못해 하이얀 달빛 아래, 모래밭에서 갑사치마 회장저고리를 입고 길다란 검은머리를 치렁치렁 땋아 내린 처녀들이 강강수월래를 구성지게 부르며 원무를 추는 모습이란 가히 천하일품이다.

그러나 현대라는 그 괴물 때문에 우리는 그 한없이 낭만적인 둥근 달도 강강수월래도 잃어버렸다. 진실한 사랑도 눈물겨운 인정도 성실한 우정도 다 메말라 버리고 혼란과 소음 속에서 인간의 마음은 날카로운 톱니바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달은 옛날 그대로지만 그 달을 감상할 사람이 없고, 그 달빛 아래서 강강수월래를 노래하던 처녀는 미니스커트, 하이힐 차림으로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금년에는 여러 차례 폭우가 삼천리 금수강산을 할퀴고 갔다. 특히 9월 14, 15일에 남부지방을 강타한 살인적 홍수는 태풍 사라호 이후의 최대 피해라 한다.

그 숱한 수재민들은 추석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오히려 서글픔만 더했을 것이다. 풍요한 가을이 깊어지는 것이 그들에겐 더 큰 슬픔일 게다. 사랑을 나누자. 그리고 우리 모두 잃어버린 보름달을 찾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