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천재지변 앞에서는 너무나 무력한 존재인가. 예고 없이 밀어닥치는 집중호우, 살인홍수, 산사태, 해일이 이 땅을 크게 멍들어 놓았다. 그 뿐인가. 콜레라, 뇌염, 장질부사 등 갖가지 불쾌한 전염병까지도 창궐해서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신문사나 방송국을 중심으로 이들 비참한 형제 돕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은 동포애가 뜨겁게 불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이재민 구호운동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잘 추진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자발적 협조가 없이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더욱 재생의세를 목적하는 종교인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종교인의 사명이 희생과 봉사라면, 불행한 동포 구제 사업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생명을 잃은 동포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 주는 동시에, 가산을 잃고 부모 형제를 여의고, 실의에 방황하는 형제들에게 진실한 사랑을 베풀어야 하겠다.

우선 급한 대로 구호품을 보내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해 준다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새발의 피격인 구호품 얼마를 보냈다는 사실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다. 평소에 나무를 사랑하고 심기를 좋아하여 홍수를 예방할 줄 알아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봉사활동과 고제사업을 전개해야 함도 물론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우리 교단은 교화, 교육, 자선의 3대 사업을 표방해 왔던 것이다. 인간이 정신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과 자선을 통한 현실 개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날 대개의 종교가 이러한 현실개선 작업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교화 위주이지만 그나마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교육이 이미 상업주의로 타락해 버렸고 종교교육이란 개념은 차츰 망각되어가고 있다. 자선사업이란 한갓 허울 좋은 구호뿐이요, 빈 껍질뿐이다. 오늘날 각종 단체에서 경영하는 자선사업이란 대개가 일종의 복마전으로 화한지 오래다.

세상이란 언제까지나 고해인지도 모르겠다. 생로병사가 계속되고 전쟁과 천재지변이 그치지 않는다. 그럴수록 종교는 더 필요한 것이고, 정신적 교화만이 아니라 현실개선에도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몇 차례나 이 땅을 할퀴고 간 천재지변의 상처가 아물도록 우리 전 교도는 따뜻한 구호의 손길을 뻗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교단은 정신적 교화는 물론 현실적 사회개선 사업에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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