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봉<순교무>

외계의 잡다한 모든 경계속에 벌여있는 인간상들, 또한 각양각색으로 형을 다투어 행·불행의 기로에서 오늘도 살고 있다. 따라서 희로애락의 정을 지닌 인간이기에 어떤 일을 당하여 때로는 처절하리 만치 깊은 고뇌에서 허덕이며 헤어나지 못하는가 하면, 때로는 부푼 가슴을 억제하지 못하여 웃고 즐기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방종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고뇌는 고통을 주는 괴로움이요 기쁨은 자유하지 못한 凡情으로 다시 고통과 구속을 불러오는 괴로움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꽃을 바라보며 그의 향기를 타고 오는 「생명의 힘」을 맘으로 느낄 때 뿌듯이 벅차는 그 즐거움이 입가에 스치는 조용하고 신비한 미소란 앞에 말한 것과는 달리 우리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새로운 창조의 힘을 찾게 한다. 이는 어떤 고뇌와 어떤 기쁨 그것에서 받는 감각적인 느낌이 아니요 우리 자각에게 이해가 따르는 관계도 아닌 오직 천진무구하고 진리 그대로 나투는 「진리와 화신」, 그 속에 꿈틀거리는 힘을 깊이 생각하며 느끼는 조용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 성인의 말씀에 선악이 皆吾師라 하셨고, 부처님께서도 유정무정이 皆有佛性이라 하셨으며 ,우리 대종사께서는 처처불상의 원리를 말씀하셨으니 어찌 하필이면 정성이 없는 꽃에서만 그러한 조용한 미소를 찾을 것인가. 그러므로 모든 것이 진리의 조화요 스승이라면 이 우주의 창조가 그렇고 이 우주의 운행이 그렇고 만물의 변천이 그렇고 인생의 변화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면 우주와 만물과 인간이 진리를 떠나서는 존재 불가능하며 그 무한한 동력인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이 우주는 그대로 주인이 없을 것이요 만물은 空殼에서 영원히 멸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과거 성현들께서는 이를 증명해 주셨고, 여기에 우리의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열쇠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무후무한 새 세상의 전초인 이 시점에서 선악간 모든 경계를 대할 때 범정에서 오는 기분과 자신의 이해관계에 앞서 진리의 화현이신 만유불을 대할 때 꽃을 보며 조용한 미소를 짓듯이 불생불멸하고 인과응보하는 그 원리를 관하여 조용한 미소를 잊지 말자. 너와 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일들을 조용히 깊이 생각하면 스스로 묘미 있음을 발견하는 동시 불평과 원망과 괴로움이 스러지며 영산회상에서 부처님 꽃가지를 들으실 때 가섭존자 파안미소(破顔微笑)하신 소식도 깨치리라 싶어진다. 영원토록 잊지 말고 그 신비하고 조용한 미소로 전리를 點頭하고 광대무량한 낙원을 건설하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