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타이랜드
그 어느나라 공항보다 분주하다. 방콕은 4방 200리가 평야지다. 비행기를 타고도 한참을 가야 비로소 산이 보인다. 공항에는 W.F.B 태국대표들이 잊지 않고 환영해 주었다. 이 나라는 우리와 혈맹국이다.
방콕은 사원의 도시다. 사원의 수 1천7백개 인구 3천만에 승려는 20만인데 그 중 12만의 승려가 방콕시에 상주하고 있다. 이 나라의 주민들은 누구나 3개월쯤 승단생활을 마쳐야 사회생활을 할 수가 있게 된다. 헌법에 규정된 의무가 아니라 사회의 관습에 따른 전통이다. 모든 승려들의 생활은 국가가 부담하여 생계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승려들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로마에 법왕이 있듯이 이곳에도 승왕이 있어 국왕도 禮를 드려야하는 존엄한 자리에 모셔져 있다.
이 나라에 오면 아침에 걸식하는 승려들의 모습과 프로팅·마케트를 보아야 한다고 한다. 걸식하는 승려들은 바루(그릇)를 들고 길을 묵언한 채로 지나면 아낙네들이 미리 음식을 준비하여 놓고 기다리다가 뛰어나와 부어주곤 한다. 프로팅·마케트는 쟈바강의 지류에 있는 청과물을 도매하는 해상시장이다. 시민들이 나무에서 바로 딴 파인애플, 망고, 바나나를 파는 광경이 장관이며 싱싱한 과일맛이 보통이 아니다. 강물은 검정 흙탕물이요 쓰레기는 군데군데 떠내려오고 그런 물 속에서 목욕을 하며 웃어대는 것을 보면 이곳의 생활수준과 비위생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곳 사찰에선 3년의 기한이 차기전엔 출국할 수 없다고 한다니 정말 더운 나라에서 고행임에 틀림없다.
이 나라의 대학은 모두 5개뿐이며 예비고시 합격자에 한하여 대학에 입학자격을 주고 있는 점이 우리와 흡사하다.
동남아의 보편화된 사실은 화교들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상권은 일본에 그리고 헐값인 땅만을 태국인들은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원에는 순금으로 된 부처가 있는가 하면 순 비취로 된 부처도 많다.
⑤ 필리핀
비행기로 방콕을 출발하여 망망한 푸른 바다만을 내려다보면서 마닐라에 도착, 예약한「필리피나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필리핀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또한 필리핀은 매우 복잡한 나라이기도 한다. 국토가 7천8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민족학상으로는 43종족으로 나누어진다. 언어는 약 80여종의 지방어가 있으며, 타갈로그어라는 국어가 있지만 전주민의 약 4분의 1이 영어를 사용한다. 1521년 마젤란에 의하여 발견된 이래 줄곧 스페인의 식민지로 착취당하다가 1898년 미서전쟁으로 2천만달러에 미국으로 매각되는 등 불우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닐라의 유택은 아주 이색적이다. 유택이란 중국인의 묘지돌 이름인데 주택처럼 만들어져 하나의 촌락을 이루고 있다.
미국 국립묘지를 찾았다. 제2차대전 당시 일본의 폭격으로 필리핀에 주재하던 많은 미군이 폭사했는데 그 영령들을 위해 미국에서 건립한 것이다. 묘지 중앙에는 기념탑이 세워져있고 죽은 병사의 이름이 새겨진 약 4만개의 대리석 십자가가 말없이 열지어 있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최대의 기독교국이다. 전인구의 83%가 카톨릭신자이고 10%가 필리핀 독립교회 및 신교신자이다. 불교도는 주로 중국계이고 W.F.B에 참석한 「석단금」스님이 주지로 있는 「신원사」등 사원도 구경했다.
필리핀 역시 화교세력의 억제에 힘쓰고 있지만 50%이상의 경제권을 그들은 점유하고 있다.
더운 나라인지라 어디를 가나 참기가 곤란하다. 시가지나 농촌은 항상 푸르다. 국토는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다. 30만 제곱km의 면적에 3천만 가까운 인구를 가진 나라. 철저한 반공의 나라인 필리핀을 뒤로 홍콩으로 향했다.
⑥ 홍콩
홍콩은 깨끗하고 화사한 도시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서인지 30층 정도의 고층건물로 꽉 차있다.
홍콩에 도착한 것은 오후 7시쯤이었다. 홍콩은 홍콩사이드와 구룡사이드로 지역이 구분된다. 홍콩사이드는 본래의 홍콩 섬이고 구룡사이드는 좀 뒤에 개척된 반도다. 홍콩 섬은 1839년 아편전쟁때 영국군에게 점령되어 1842년 남경조약에서 정식으로 영국령이 되었다.
홍콩에 와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싱가포르와 너무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자유항이기 때문에 어떤 사상가나 정치인도 자유롭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붉은기였다.
얼마 전 우리의 간장을 서늘케하고 국민을 격분케한 위장간첩 이수근의 정체가 탄로된 그 비행기의 스튜어디스양의 목격담을 듣기도 하였다.
식수문제는 싱가폴처럼 여기에서도 심각하다. 물 뿐 아니라 홍콩에서 소비되는 채소는 중공에서 들어온다. 상점에는 세계각국의 상품으로 꽉 차있다.
기온이 15~22도C에 이르는 열대권에 속한다. 교육은 의무제는 아니지만 교육기관을 확충하는 것 같았다. 관립공업대학과 1963년에 설립된 중국어를 교육하는 중문대학 등 몇 개가 있다.
구룡사이드에는 중공군과 영국군이 마주보고 경계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홍콩에는 외국상사들이 매우 많다. 동남아 각국의 상사는 물론 구미제국의 상사들도 적지않다. 이곳은 안전지대에 속하므로 특히 전쟁의 위험과 정국이 불안한 나라들에서는 이곳에 지사를 설치하고 유사시에 피난 계획을 가진 상사도 많다고 한다.
홍콩은 생활수준도 높고 문화수준도 높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
홍콩은 세계각국의 생산품 교류장이요 커다란 소비시장이다. 중국 광동성 동남부에 위치한 영국의 직할식민지로 인구 4백여만에 50여종이 넘는 일간신문이 있는 나라…. 산꼭대기까지 꽉 들어찬 주택들이 인상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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