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잘 살 수 있을까?
이번에 월여에 걸쳐 동남아를 돌아 본 것은 구미제국을 시찰한 것보다 휠씬 의의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국이나 영국은 우리 나라와는 동과 서의 양이 다르므로 인해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동남아는 같은 동양에 위치한 이웃일 뿐만 아니라 거의가 후진국 계열에 있고 우리의 사는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기에 그들의 잘 사는 점과 못사는 점을 찾아 배울 점과 시정할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돌아본 동남아의 제국은 비교적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잘 사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 생활수준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단연 앞서 있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동남아 제국은 열대권에 속해 있어서 생활이 퍽 단조롭다. 옷차림도 그럴뿐더러 가옥구조도 간단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사시가 순환하고 있어서 계절 따라 옷차림도 달라진다. 의복에도 맵씨가 있고 건축 그리고 실내장식에도 멋을 부린다. 멋이 없는 곳엔 흥미도 덜하다. 때로는 멋이 미술이요 예술일 수도 있다.
교육기관을 보더라도 태국의 경우 5개 대학에 불과하지만 우리 나라엔 90여개나 되는 대학이 있다. 대학이 많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교육정도가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가 경제적으로도 잘 살 수는 없을까? 나는 지금 우리 나라엔 지하지원은 부족할지언정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웃 일본을 보라. 그들에게도 지하자원은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한 때 그들은 우리보다도 더욱 불행한 위치에 있었다.
1945년 8월 우리는 일정의 식민지하에서 희망찬 해방을 맞이했고 그네들은 패전으로 역사상 최고의 불운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네들의 상처는 깨끗이 아물어졌다. 그리고 급속한 경제성장은 「라인」강변의 기적을 이룬 서독을 능가하는 실정이다.
본래 일본은 농업국가였다. 그러나 좁은 경지를 극도로 이용하는 집약적 경작 방법으로는 격증하는 인구에 대처할 수가 없었다. 결국 오늘의 세계적인 공업국 일본을 만들게 한 것이다. 일본의 공장들은 세계 곳곳에 시장을 개척하고 외화를 벌어들인다.
우리는 머리가 우수한 민족이다. 정부에서 추진을 하고는 있지만 공업화는 시급하다. 그래서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우리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일본 경흥대학의 어느 경제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일본과 기술을 제휴하여 많은 공장을 만드는데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한국인은 우수하기 때문에 일본을 능가할 가능성이 많다. 앞으로 기술제휴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그렇다. 이제 우리도 불신과 이간을 지양하고 단결과 협조로 일해 간다면 무슨 일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문화적으로는 예로부터 앞선 나라요, 정신 개척 분야를 담당하는 종교-동남아 제국의 종교는 형식적이고 기복적이지만- 특히 국내 7개 종교가 모여 서로 이해와 협조를 위한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고 종교의 생활화 방향, 그리고 사회 발전에 앞장선다는 다짐 등 살아있는 종교로서의 새로운 방향 모색에 기대를 걸어볼 때 정신면에서도 건전하고 윤택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이제 「우리도 잘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분명히 「우리도 잘 살 수 있다」고 단언해 마지않는다. 이것은 누구의 도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스스로의 노력과 단결과 인내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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