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육도사생을 일깨우는 범종이 고요한 새벽 속에 울려 퍼지면 그 종소리에 우리는 의식을 회복한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첫 의식 세계로 돌아올 때 이 영광된 땅에 새로이 탄생한 나를 생각한다. 저 종소리가 어젯밤에 잠든 나를 다시 깨어주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이미 죽어버린 나에게 사은의 충만한 은혜가 생명의 혼을 실어 다시 살려주는 것이라고 첫 의식이 들 때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날의 모든 연줄을 다 잊어버리고 내가 새로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의식할 때 새벽 종소리는 나에게 생명을 넣어준 恩聲으로 들리게 된다. 종소리에 감사를 드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두 눈을 뜨노라면 그 때야 내 육체를 의식한다. 눈앞에 이불을 거두면서도 춥지 않게 덮어준 은혜에 감사드린다. 조금도 마음에 공백을 주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옷을 입고 세수를 한다. 새로운 세계에 새로이 탄생된 나를 어렴풋이나마 실감하게 된다. 오늘은 부처님의 날. 그 속에 사는 나는 즐거운 사람이다. 사은께 기쁜 여명에의 인사를 올린다. 오늘의 24시간의 행로에는 나의 존재의 모든 건실과 현실이 잠겨있나니 사은께선 반드시 나에게 축복된 인생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 우리는 육체의 세계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화가 없으며 한 마음의 변화에 따라 우주와 인생이 새롭게 건설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하나도 새로운 마음으로 보여진다.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나만을 위해서 있어지는 것처럼 생각된다. 이 마음이 일관하는 순간에 자기를 의식하는 마음은 참으로 평화롭다. 정원에 나가 맑고 깨끗한 새바람을 호흡하며 단전에 숨을 머무르면 축복된 인생과 사은 앞에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생명 앞에 벅찬 환희를 느낀다. 임을 향해 두 손을 포개 쥐고 서원을 뭉쳐 아침 심고의 목탁소리에 엄숙히 고개를 숙인다. 경건하고 축복된 마음으로 임께 향하여 정성을 뭉친다. 오! 임이시여 거룩하고 은혜로운 임이시여 임의 영원한 생명이 내 속에 깊이 흘러들어 와 이제 새로이 탄생된 몸이 오니 오늘도 임의 뜻과 마음대로 이 몸을 이끌어 주시고 임의 거룩하고 완전하신 모습을 나로 하여금 거침없이 나타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만일 조금이라도 긍정하지 못한 편견과 상념 감정이 있다면 깨끗이 씻어 주시옵고, 임의 뜻에 어긋나는 습관과 행동을 벗겨주시어 임의 뜻을 전하는 거룩한 전무출신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렇게 오늘을 감사보은의 약속을 하며 대각전으로 걸음을 옮긴다. 법신불과 마주칠 때 마음속에 한 줄기 빛이 흘러 들어와 서로 상통하는 느낌이 든다. 좌선할 때 그렇게 잠이 오고 번뇌 망상에 들끌어 단 1분도 한 생각 모으기에 어렵더니 이젠 힘쓰지 않아도 마음이 한가로워진다. 인생에 확고한 표준이 서있기 때문일까. 이렇게 하여 기도의 노래로써 아침 시간을 마치고 은혜로운 하루의 활동은 시작되는 것이다. 일생을 은혜 속에서 감사를 느끼며 한결같이 살기란 곧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하루를 새롭고 감사하며 보람있게 산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에 사는 인생은 생에 자신이 서고 모든 일에 정열을 다하며 생사를 넘어서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상 싶다. 한 마음이 새로워짐에 온천지가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하루를 마치고 저녁심고를 올린 후 주위의 모든 연줄을 끊고 사은께 작별인사를 드리며 이 회상의 발전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만사를 방념 한 후 오직 정신통일에 힘쓴다. 내일 아침 다시 일어날 것을 전연 생각지 않고 오직 마지막 죽어가는 심경으로 청정일념만을 길러 취침 종소리를 맞는다.
<교무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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