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에 나타난 원불교 남ㆍ여 평등 보여야

  원불교는 밖으로 정보화와 개방화사회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를 준비하면서 안으로 교단중흥과 개혁을 이루어 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제2의 껍질 벗기 작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돌이켜 보면 개교와 더불어 진행되었던 제1의 역사적인 껍질 벗기 작업은 개인적 차원과 시대적 상황에서 「혼몽중에 있던 우리」에 대한 준엄한 자기 비판과 뼈아픈 자기 반성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사회에 대한 대종사님의 날카로운 문제의식 중에는 차별과 억압으로 점철된 여성의 비인간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시되어 있었다. 남녀권리동일은 사회변혁항목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전략의 하나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결혼, 가족제도 등의 가례에서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수준에서 반복 강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1세기를 향한 원불교의 장기 발전구상이 우리의 사회적 변화에 근거하고 있다면 교단 말 전선 상에서 수직으로 전체교도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교도에 대한 교화전략이나 관리는 교단 정책 가운데 중요한 위치에 있음이 틀림없다.
 원불교 여성교도의 활동들은 교도 자신의 신앙생활 뿐만 아니라 교화차원 또는 신앙외적 활동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고 보여진다. 현재 교단ㆍ교당 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여성교도의 활동은 법회활동과 교구차원 바자나 교당의 물품판매와 연결된 노력봉사가 보편적인 활동 모습으로 정착되어 있는 것 같다. 바자에서 만나는 봉공회원들은 그 나름대로 경험이 축적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경험 내용의 일률 단순성과 소모적인 노력봉사로 인해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성교도의 활동은 요구에 따라 좀더 다양화되어야 하고 여성의 자질향상이나 사회적응 또는 가족적응을 위한 발전적인 소그룹활동 같은 것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이며 교도라는 양측 면이 고려되어 순수종교활동과 더불어 취미, 사회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교육의 장이 마련되어 여성공동의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이와 같은 여성 자신의 자기 충족적인 기회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기 위해서는 교당이나 교구차원에서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고 조직화하여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율적인 여성기구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화시대에 부응하여 타지역의 여성단체나 국내 여성 내지 종교단체와의 창구역할을 할 단일화된 봉공회 도는 여성조직에 대한 필요성도 요구된다.
 원불교여성과 관련된 것 중에서 가정과 사회, 교단에서 원불교교도로서 남녀 평등교육이라든가 성 역할에 대한 문제 의식이나 문제제기가 거의 안되고 있는데 교리 적으로 이미 다 갖추어져 있는 관계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다. 오히려 사회 쪽에서 공무원을 중심으로 직장에서 남녀평등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면 대학에서 남녀역할이나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학을 듣는 남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요즈음은 매스컴에서 신세대의 한 모습으로 다룰 만큼 남녀 평등적인 가족공동체가 새로운 가족ㆍ생활ㆍ양식으로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불교법회에서도 새로운 가족 공동체의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교리에 나타난 원불교의 남녀 평등에 대한 내용과 태도를 교도들에게 보여주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여성에게 베풀어 주신은혜를 알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원불교교도가 교리를 몰라서 실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섭섭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명신<교도ㆍ여의도 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