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병, 상대의 선의도 일단 의심부터

생후 1년 안에 「기본적 믿음」형성
 「사람이 그 본의는 저 편에게 利(이)주고자 한 일이 혹 잘못되어 해를 주는 수도 있나니 남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반드시 미리 조심해야 할 것이요. 그러한 경우로 해를 입은 사람은 그 본의를 생각하여 감사할지언정 그 결과의 해로운 것만 들어서 원망하지 말아야 하나니라」(인도품 14장)
 세상에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모도 친구도 나중에는 마누라도 자식도 못 믿겠다는 사람입니다. 언제 자기를 버리고 떠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나를 이용해 먹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나한테 손해를 입힐 것이다. 나를 배신할 것이다. 나 몰래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를 욕할 것이다.」
 상대방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이상 그들을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항상 상대를 의심하기 때문에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습니다.
 상대가 베푼 선의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항상 저의부터 의심합니다. 좋아서 웃는 것도 자기를 비웃는다고 오해합니다. 그냥 지나치며 던진 농담도 그냥 웃고 넘기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입니다. 오해 잘하고 성 잘 내고 시비를 잘 걸어오기 때문에 피곤해 상대를 하기가 힘듭니다.
 인간 관계에서 믿음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인간관계도 믿음 없이는 성립 될 수 없습니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이에서 무슨 우정이며 애정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중요한 과업이 갓난아기 때 이루어집니다.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후 1년 안에 인간 인격의 기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기본적 믿음」이 형성되어 진다고 합니다. 그 해답은 아주 명료합니다.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 세상이 위험과 위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의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없애주는 것이 엄마의 한결같은 보살핌이라고 합니다.
 엄마의 보살핌이 모자란다면 아기는 세상을 믿을 수 없게 되고 엄마가 변덕스러워 아기가 어느 장단에 놀아야 할지 모른다면 믿음의 싹은 틀 수 없을 것입니다.
 엄마의 아낌없는 푸근한 사랑이 무력한 아기에게 안전감ㆍ신뢰감을 심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범부들은 작은 은혜와 처음 주는 은혜는 느낄 줄 아나 큰 은혜와 계속되는 은혜는 잘 몰라서 열 번 잘해준 은인이라도 한번 잘못하면 원수로 아는 것이 공부인과의 차이입니다.
 감사 생활만 하는 사람은 늘 사은의 도움을 받게 되고 원망생활만 하는 이는 늘 미물에게서도 해독을 받게 된다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몰라준다고 한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진리는 공정하여 공이 무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편안해 질 것입니다. 같은 덕이라도 음덕과 무념의 덕을 쌓는 공덕주가 이 세상에 가득해야 낙원이 건설될 것입니다.
<교무ㆍ서울서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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