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ㆍ행정 구심점 없이 시행착오 반복
본토인 인재발굴 위해 교단적 관심 절실

 20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어느 잡지의 제목에 동양의 가난뱅이 교포 사들이 황금의 나라 미국에 몰려온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들은 포교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황금에 눈이 어두워 돈벌이에 혈안이 된다는 조소를 하는 내용이었다.
 원불교 미주교화도 교화라기 보다는 현지에 나온 무일푼 거지 교역자들의 우선 하루하루의 식생활 해결에 급선무였던 것이 초기 미주 교화의 산 역사이다. 그대도 지금은 호강에 넘쳐 밥술이라도 먹게 되어 교화활성화 운운하며 변화와 개혁을 이야기하자니 그 당시를 체험한 분들은 남모르는 감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혁과 변화를 위해서는 현재 미주교화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무엇인가를 중지를 모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첫째 12개의 교당숫자는 상당한 숫자라고 생각 할 수 있으나 숫자에 비해서 교화 활성화는 아직도 요원한 현실이다. 23년이란 긴 세월(?)속에서도 대부분이 약세교당들이다. 그 원인은 교화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교육ㆍ자선ㆍ산업ㆍ문화 등의 기관이 전혀 없다는 문제점이다.
 또한 중앙총부에 의해서 모든 행정과 경제ㆍ교화 등의 현실문제들이 지도감독 되어 왔으므로 거리상의 불편함은 논할 필요도 없으며 언어ㆍ관습ㆍ법률제도 등이 전혀 틀린 현지 실정에 적합한 행정ㆍ감독ㆍ정책 입안 등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교화와 행정의 구심점이 없는 공백 상태로 20여년 동안 각개 교당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등 교단적 손실이 막대하였다.
 가장 중요한 인사문제도 국내 교역자가 언어ㆍ풍습ㆍ문화ㆍ사회제도 등이 전적으로 틀린 이국 땅에 부임하여 교화를 시작하는 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으니 마치 유치원 어린이에게 대학생 교화를 맡긴 격이 되었다. 대종사님께서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이요」하신 최초법어는 곧 시대뿐만 아니라 「국가」에 따라 서로 모든 준비를 갖추라 하신 법문일텐데 우리는 전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소수의 교역자들이 개인적으로 거액의 학비를 마련하여 인접학문을 전공하며 학위를 받는 동안에 현지 언어를 숙달한 분들도 있으나 현지교역자 누구나 갈 수 있는 대도는 아닌 것 같다.
 자수ㆍ자각ㆍ자립의 법문을 대산종법사님은 퇴임법문에 다시 강조하셨으나 미주 교당들의 경제적 자립은 아직도 뼈아픈 교포교도님들의 헌금에만 의존할 뿐 수익성 있는 사업기관 운영은 계획기 조차도 없다.
 어두운 문제점들만 지적하였으나 문제해결의 긍정적 방향을 검토해 보면 희망적이고 낙관적 상황도 있다. 무엇보다도 많은 미국인들이 그들의 전통종교로부터 시선을 옮겨서 동양종교 특히 불교 쪽에 깊은 관심이 점차 고조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적 사회분위기가 백만 불의 지원보다도 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이상에서 언급한 우리 교단의 당면한 문제점들의 해결 방향으로 첫째, 미주교화의 구심점 및 축이 될 수 있고 현지 실정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원과 지도감독 등을 할 수 있는 미주내 총부가 하루라도 빨리 발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현지 실정에 적합한 교화정책이 수립 될 것이며 신속한 행정적 지원과 지도감독이 있어야 교화가 살아날 수 있다. 둘째, 국내교역자의 현지 교단에 직접적인 발령은 점차 지양해야 되며 최소한 1년 이상 현지 적응교육과 언어훈련 등을 마친 후 임지에 부임할 수 있는 인사 정책이 세워지고 이를 위한 교육훈련기관을 미주 내에 설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 앞으로는 교화에 필요한 현지 언어숙달(영어)을 위하여 거액학비로 장기간 학위과정을 밟지 않고도 교단자체내의 언어훈련기관을 마련하여 교화에 필요한 언어를 중점적으로 훈련시켜 현지 교역자는 누구나 본토인 교화에 임할 수 있도록 교단적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 미주 교호가 23년이 넘었어도 소경이 길을 인도하며 벙어리보고 설교하라는 교화에 아무런 교단적 대책과 계획이 없다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넷째, 교화 기관인 교당 설립은 현재 숫자에 동결을 하고 간접적으로 교화를 지원할 수 있는 교육기관ㆍ수익성 산업기관ㆍ문화기관(출판사 인쇄소 등) 현지 훈련기관에서 매년 1회씩 국내와 동일하게 의무적으로 훈련을 받도록 한다. 재훈련이 없는 교역자는 재충전 안된 밧데리와 같이 무력하여 교화활성화의 촉진제가 되지 못한다. 미국 내 다수의 교역자들이 매년 국내에 들어가 훈련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국내에서 훈련담당을 맡고 있는 소수의 교무님들이 단기간 동안 미주에 출장하여 훈련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되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20년 동안 미주교화에 임하면서 국내에서 교역자 훈련에 단 2회 밖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10년에 1회 꼴인데 대부분의 교역자들이 동일한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을 방문 시에는 국내훈련에도 가능한 참여하도록 하겠지만 매년 한국을 방문 못하는 대부분의 교역자님들에게 현지에서의 훈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끝으로 본토인교역자 인재발굴과 이들이 신심과 서원이 다져질 때 국내에 유학하여 교리훈련과 국내 스승님들로부터 훈증 받아 외국인 전무출신이 개교백주년 이내에 많이 탄생될 수 있도록 교단적 큰 관심과 거교적 지원을 간절히 기원한다.
 미주교화의 성공은 교단의 위상을 국제무대에 올려놓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박성기
<교무ㆍ샌디에고 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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