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고사가 시작된다. 주위에서 스승님들과 동지들의 염려하시는 말씀이 「오늘 밤에는 책을 놓고 일찍 편히 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 자신도 몸이 불편해서 일찍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9시 30분에 심고를 올리고 일찍 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낯선 손님을 맞이한 방이 온기가 없고 냉냉하기 짝이 없다.
처음 방에 들어서면서부터 춥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던 만큼 시간이 가면 따뜻해지리라 믿고 이불을 푹 뒤집어 써 보았다.
한동안 있노라니 등이 시려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을 웅크려도 보았으나 신통치가 않았다. 10시 취침이 울린다. 동지들이 모두 자리에 들고 불을 껐다.
여전히 잠이 안 온다. 조용한 방안에 내가 하는 기침 소리만 유독 요란스럽다. 기침을 할 때마다 땀이 바싹 나며 열이 오른다. 그러나 나의 괴로움은 괜찮아도 주위 동지들 잠 못 잘까 걱정이 되었다. 기침이 점점 심해지자 슬그머니 원망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남의 집에 와서 어설픈데 방에 불이나 일찍 넣어서 따뜻하게 해 주시지 너무 하셨다.」는 것이다.
누구에 대한 것인지 자신도 잘 모를 마음이었다.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자신을 나무랬다. 방이 추운 것을 제외하고 모든 편리를 봐준 은혜는 어찌 생각 못하며 또 초창 당시 선진님들께서 전무출신 공동생활을 처음 시작하실 때 습기 찬 방에서 이불도 없이 주무셨다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런 호강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려는 원망심을 챙기는 마음으로 돌려 세우고 어차피 추운 방이고 어차피 감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 경계에서 공부를 할 것이냐 하고 생각을 했다.
첫째는 남의 집에 왔거니 하는 생각을 놓고 우리 집 방에 연탄불이 꺼졌다고 생각하고 이불이라도 있으니 다행 아니냐 했고 그리고 내 몸이 약해서 더 못 견디는 것이니 내 잘못이 아니냐 앞으로는 신심 간에 더욱 건강 하도록 노력하자 했다.
그리고 나서 춥다는 생각을 잊기 위해 서툰 솜씨지만 단전에 마음과 기운을 주하고 호흡 대중을 해보았다. 얼마동안인지 알 수 없으나 스스로 평온함을 느꼈다.
대종사님께 또 스승님들께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리면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거니 생각하고 단전 토굴을 찾아 들었다.
(두 편의 윗글은 지난 제14차 교역자 자격검정고시 시험 과목인 「정기일기」중에서 심신작용에 대한 글을 간추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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