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뜻 있는 이들의 주위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산 종교인」이란 말이 그것이다. 「산 종교인!」 지극히 평범한 말인 듯 하나 그 뜻을 새겨 자신에 견주어 보기에는 너무나 송구스러움이 있다.
오늘날 수많은 종교가 난립하여 산 종교인을 만들어 내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생명을 잃은 무기력한 종교에서 산 종교인이 나올 수 없고 산 종교인이 없는 종교는 알맹이 없는 빈 껍질뿐인 죽은 종교이다. 이러한 종교는 인류사회에 있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것은 오히려 인류사회를 병들게 하고 윤리와 도덕을 썩혀버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우주와 인생의 근본인 진리를 밝혀 전 인류와 생령이 영원히 잘 살 수 있는 길을 배우고 가르치며 닦아 가는 곳이다. 종교인은 이러한 진리에 입각한 길을 알아 몸소 닦아 실천하며, 모르는 이들에게 그 길을 가르쳐 다 같이 잘 살도록 하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오늘의 종교에서 생명을 잃고 있는 두 가지 모습을 본다. 그 하나는 인류를 위한 종교가 종교를 위한 종교로 변하여 가고 있는 점이요, 또 하나는 안내자로서 처해야 할 종교인들이 엄격한 지도자의표정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점이다.
종교가 전통과 교단을 유지하기 위하여 교회 안에 갇혀 신도들의 행·불행만을 점치며 빌어만 주는 기복종교화하고 불행한 일을 저지른 뒤에 그를 안심시키고 그 시체를 처리하는 면을 담당하는 무기력한 종교의 모습을 본다. 이에 환멸을 느낀 일부 종교인들은 철저한 종교적 신념과 수행도 없이 사회에 뛰어들어 종교인을 자처하여 외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물질의 물결 속에 휘말려서 본래의 생명을 잃어버린 모습들도 본다.
여기에서 우리는 산 종교인의 모습이 지극히 아쉬운 것이다. 「산 종교인」이는 어떠한 경계에도 휘말리지 않을 만한 백절불굴의 신념을 갖고, 교단 위에 서서 설교만 하는 종교인이 아니라 때로는 법복과 검정 옷을 벗고 인류와 함께 생활 속에서 호흡하며 일선에서 땀 흘리는 안내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 갇혀있는 무기력한 종교인이 아니라 그 때 그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심신간에 죽어있는 인류들에게 새 생명을 불러일으키면 참다운 종교적 실력과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나 구도의 정성이 일관되고 봉사 정신이 쉬지 않는 산 종교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법무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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