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공부에서는 지난 1월 16일에 국내 종교 교세 현황을 집계 발표했다. 77년 10월 31일 현재의 한국의 종교 인구는 전체 국민의 77%에 해당하는 2천 7백 36만 7천 9백 78명으로 밝혀졌다.
이를 보고 우선 먼저 느껴지는 것은 한국인은 종교적 민족이라는 것과, 그처럼 종교인이 많다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럽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종교가 서로 교리와 제도는 다를지언정 한결같이 사회개혁과 인간개조 즉 정신계발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회복, 정신혁명, 새 마음 운동 등을 모든 종교는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경제적 성장과 사회 제도의 발전을 뒷받침할 만한 종교의 역할은 실로 중대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종교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지극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냉철히 생각해 볼 때,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질서나 윤리 도덕은 과연 만족스러운가에 대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다. 그처럼 종교인이 많다면 그만큼 사회질서나 윤리 도덕도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의 사회 현실을 볼 때 종교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원인을 두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통계숫자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진실한 종교인이 많지 않구나 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교당 1개에 신도수가 5천 7백여 인을 관할하는 종단이 있는가 하면, 2백 50여 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교역자 1인이 2백 20여 명을 지도하고 있는 종단도 있는 반면에 3천 7백여 명을 지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로써 볼 때 각 종단이 제출한 자료에 의한 통계라 과장된 점이 많음을 알 수 있겠다.
종교는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교세를 선전하기 위해 신도수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일은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는 것이다.
다음에 종교인은 본분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종교 인구와 정신혁명은 서로 비례할 수 있을 것이다.
명분·전망·실리
- 서울기념과 추진의 방향
서울회관 건립을 위해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개교 반백년 기념성업의 하나로 전 교단의 염원이었던 서울 기념과 건립은 여러 해에 걸쳐 교단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갖고 온 문제였던 것이다.
이 문제는 교단 60년 사에 큰 교훈을 던져주었고, 아직도 해결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 해결의 방향을 찾기 위해 역사의식에 바탕한 슬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반백년 기념성업 이후 교단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양각색의 방안이 등장했으나 세 자리 걸음을 면할 수 없었다.
이제 다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교단의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명분· 전망· 실리의 방향을 제시한다. 즉 교단의 이념에 입각한 면분, 교단 만년 대계를 위한 전망, 그리고 경제적인 실리의세 가지 요구가 다 총족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명분이고 다음이 전망과 실리의 순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왜 혼선을 가져왔는가 하는 반성 또한 냉철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출발 때부터 교단의 이념이나 소태산 대종사의 근본정신과는 상당히 다른 각도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오늘날까지 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서도 과연 진리 앞에 부끄러움 없이 정정당당했던 가도 엄숙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종교 본연의 자세와 진리 앞에 떳떳한 자세를 가져야겠다. 그러기 때문에 명분과 전망을 실리보다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는 추진위원들 또한 위공망사의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명예를 위식하거나 공(功) 세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이는 또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는 빨리 그리고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날의 그 바람직하지 못했던 점들을 거울 삼아서 교단사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교단의 슬기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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