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고 우선 먼저 느껴지는 것은 한국인은 종교적 민족이라는 것과, 그처럼 종교인이 많다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럽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종교가 서로 교리와 제도는 다를지언정 한결같이 사회개혁과 인간개조 즉 정신계발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회복, 정신혁명, 새 마음 운동 등을 모든 종교는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경제적 성장과 사회 제도의 발전을 뒷받침할 만한 종교의 역할은 실로 중대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종교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지극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냉철히 생각해 볼 때,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질서나 윤리 도덕은 과연 만족스러운가에 대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다. 그처럼 종교인이 많다면 그만큼 사회질서나 윤리 도덕도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의 사회 현실을 볼 때 종교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원인을 두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통계숫자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진실한 종교인이 많지 않구나 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교당 1개에 신도수가 5천 7백여 인을 관할하는 종단이 있는가 하면, 2백 50여 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교역자 1인이 2백 20여 명을 지도하고 있는 종단도 있는 반면에 3천 7백여 명을 지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로써 볼 때 각 종단이 제출한 자료에 의한 통계라 과장된 점이 많음을 알 수 있겠다.
종교는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교세를 선전하기 위해 신도수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일은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는 것이다.
다음에 종교인은 본분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종교 인구와 정신혁명은 서로 비례할 수 있을 것이다.
명분·전망·실리
- 서울기념과 추진의 방향
서울회관 건립을 위해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개교 반백년 기념성업의 하나로 전 교단의 염원이었던 서울 기념과 건립은 여러 해에 걸쳐 교단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갖고 온 문제였던 것이다.
이 문제는 교단 60년 사에 큰 교훈을 던져주었고, 아직도 해결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 해결의 방향을 찾기 위해 역사의식에 바탕한 슬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반백년 기념성업 이후 교단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양각색의 방안이 등장했으나 세 자리 걸음을 면할 수 없었다.
이제 다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교단의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명분· 전망· 실리의 방향을 제시한다. 즉 교단의 이념에 입각한 면분, 교단 만년 대계를 위한 전망, 그리고 경제적인 실리의세 가지 요구가 다 총족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명분이고 다음이 전망과 실리의 순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왜 혼선을 가져왔는가 하는 반성 또한 냉철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출발 때부터 교단의 이념이나 소태산 대종사의 근본정신과는 상당히 다른 각도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오늘날까지 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서도 과연 진리 앞에 부끄러움 없이 정정당당했던 가도 엄숙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종교 본연의 자세와 진리 앞에 떳떳한 자세를 가져야겠다. 그러기 때문에 명분과 전망을 실리보다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는 추진위원들 또한 위공망사의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명예를 위식하거나 공(功) 세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이는 또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는 빨리 그리고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날의 그 바람직하지 못했던 점들을 거울 삼아서 교단사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교단의 슬기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불교신문
webmaster@w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