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원래 텅빈 허공 같은 것
말에 묶이지도 속지도 말아야

 [30] 대종사 선원에서 송도선에게 「과거 칠불의 전법게송을 해석하라」하시니, 도성이 칠분의 게송을 차례로 해석하여 제칠 석가모니불에 이르러 「법은 본래 무법에 법하였고 무법이란 법도 또한 법이로다, 이제 무법을 부촉할 때에 법을 법하려 하니 일찍이 무엇을 법할꼬」하거늘, 대종사 「그 새김을 그치라」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본래에 한 법이라고 이름지을 것도 없지마는 하열한 근기를 위하사 한 법을 일렀으나, 그 한 법도 참 법은 아니니 이 게송의 참 뜻만 깨치면 천만 경전을 다 볼 것이 없으리라」
 게송리란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낸 글귀이다. 다시 말하면 성리소식을 시의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게송ㆍ게ㆍ송이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자 내지 8자를1구로 하고 4구를1게송으로 한다. 게송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과거칠불 게송이나 33조사 전법게 같은 것을 전법게송이라 하고, 열반할 때에 생사해탈에 관한 법문을 설하는 것을 열반송이라 한다. 성리를 깨친 경지를 나타낸 게송을 오도송이라 하고, 수행의 경지를 표현한 것을 수행시 또는 선시라 한다.
 과거칠불이란 지난 세상에 출현한 일곱 부처님을 말하는 것으로, 비바시불ㆍ시기불ㆍ비사부불ㆍ구류손불ㆍ구나함모니불ㆍ가섭불, 그리고 제칠 석가모니불이다. 과거 칠불 게송은 제 육불까지는 7자를 1구로 한 4구 게이고, 석가모니불부터 33조사 전법게송 까지는 5가지를 1구로 한 4구 게이다.
 석가모니불의 게송은 다음과 같다.
法本法無法 無法法亦法(법본법무법 무법법역법)
今付無法時 法法何曾法( 금부무법시 법법하증법)
 법이란 것은 본래 법이라 할 것 없는 것에 법하였고 법이라 하라 것 없다는 그 법도 또한 법이로다.  내 이제 법이라 할 것 없는 법을 부촉해 주니 법을 법하려 하지만 일찍이 무엇을 법할 것인가.
 법이란 원래 텅 빈 허공 같은 것이요, 천진 면목 그대로라 인위적으로 얻을 수도 없고 설할 수도 없는 것이다. 모든 법의 근본자리에는 부처 중생, 극락, 지옥, 생사고락, 빈부귀천, 남녀노소, 동서남북, 청황적백, 염정미추 등의 일체 분별과 언어명상이 다 끊어진 경지이기 때문에 무어라 이름지을 수도 없고 , 어떻게 형상으로 그릴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이란 원래 아무것도 없는 법, 법이라 할 것도 없는 법에 법하여 방편으로 설하는 것이다. 법은 본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요,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역시 법이다. 서가 모니 불이 열반을 앞두고 「녹야원으로부터 발제 하에 이르기까지 한번도 설한 바가 없노라」하였다. 설한 바가 없다면 아무 말도 없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분명히 49년 전 팔만 사천 법문을 설하였다. 그러면서 구태어 한법도 설한 바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법이란 말에 묶기거나 속지 말라는 대자대비심인 것이다.
 불불상전으로 법을 전해주지만 따로 전해 줄 법이 없다. 법이라 할 것도 없는 법을 설했기 때문에 전해 줄 법이 없는 것이다. 유위법이 아니라 무위 법을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법이라 할 것이 없는 법을 부촉해 준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는 한 법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하열한 근기를 위해서 무량방편으로 법을 일러 주었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법이란 사량계교로써 알려고 하지말고 관조묵상으로써 깨쳐 얻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법이 있다든가, 법을 전해주고 받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것은 이미 분별망상이요 사량계교이며 생사고락이 되는 것이다. 법이라는 말이나, 전해주고 전해 받는 다는 말에 묶이지도 말고 속지도 말아야 참으로 그 법을 증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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