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적으로 활발한 대학생 활동이 요구되는 시기에 때마침 「전국 대학생 성지순례 대행진」행사에 참여하는 기쁨은 대단히 컸었다.
12월 하고도 중순인 17일이며 겨울도 한창 깊은 계절이고 제법 동장군의 기승 때문에 인적도 한산할 시골인데도 우리 순례단 남녀 대학생 80명은 잿빛 동천(凍天)의 영광읍을 뒤고 두고 장장 12Km가 넘는 길룡리 대각터를 향해 발진하였다.
마치 개선장군이나 되는 듯이 송은 교수가 지도하는 원대 음악과 주악대를 앞세운 순례단은 「젊은 일꾼」을 고창(高唱)하면서 영광 시골을 행진하였다.
젊음은 추위도 싱그럽고 또 「젊은 원불교의 대학생」이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금방 의기  투합 하였고 일원상 기를 높이 들고 영산의 옛 인연들이 다시 모인 양 회향의 경외심 속에 우러러 합장하여 봉고식을 했다. 「젊은이들의 이 행진의 발걸음이 오대양 육대주로 향하여 힘찬 발걸음으로 이어 지이다.…… 라고」.
원광대 대각전에서의 서원의 밤! 손에 손에 촛불을 밝혀 들었다.
초가 제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더운 피가 참 인생의 뜻을 실현하는 불자가 되겠노라고 다짐하였다.
다음 날의 범현동 제각, 중앙봉, 정관평, 마당바위, 옥녀봉 답사 길은 돌 하나 마른 풀 한 포기에도 선진의 뜻이 어린 듯 감회가 새롭고, 구석구석마다 대종사님의 성도 과정에 얽힌 연지(緣地)마다에 흩뿌려진 일화들이 순례자의 가슴을 뭉클케 하였다. 잔뜩 찌픈 동천(凍天) 또한 순례자에게 선진들의 구도행각의 간난을 대변하는 듯.
저녁 일정은 법인성사를 재현(?)하는 순서이다.
흐린 날씨와 진종일의 연지(緣地) 답사로 지친 대원들은 저녁 산상 기도를 강행하였다. 팀별로 각각 횃불로 어두운 산길을 더듬어 아홉 봉을 향하였다.
주마간산이라더니 어둠 속에 별 빛만 영롱한 「공동묘지봉」을 향하는 순례자의 마음은 팔산 어른의 당시 심정을 회상하여 보았다. 지휘부와의 약속시간인 8시까지에는 천하 없는 난경이라도 지켜야 하는 철칙? 엎어지고 고꾸라지며 목표지에 도착, 정각 8시 중앙봉에서 은은히 울려오는 신호 주악! 얼어붙은 겨울 저녁, 냉냉한 밤공기를 타고 구수산 구십 구봉을 휘어 감던 음대생의 호른 독주가 온- 산하대지를 대성현이 품처럼 다사롭고,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횃불, 횃불…… 횃불 하나인가? 둘이 뵈고 넷이 뵈고…… 또 헤어니 아홉 되어 봉마다 아홉 횃불이 일제히 피어오르는 장엄(?) 속에 순례자 폐부를 찌르는 정회란 「대종사님 오늘 저희가 이렇게 당신의 뜻을 기리고 체 받기 위해 이렇게 여기 언 땅을 딛고 서 있나니…… 그리하여 당신이 쉼 없는 법륜을 굴리려니…」 내 마음으로 외는 기원이 하나인 듯 뭉친 정성은 「만고일월」대각터로 여울져 흘러갔다. 대각터 앞에서 다지고 다진 「교우회 결성식」은 하나 같이 교단의 양양한 미래를 기리는 축복의 성가고 법우애를 다짐하면서 정사년의 흐뭇하고 멋진 마무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3월 26일을 맞아 대각 개교 공동생일의 의의를 되새기며 대종사님의 발심과 구도정열, 9인 선진님들의 사무여한의 신성 자취를 더듬으면서 청년 대종사의 행적을 알고 체득하기 위한 성지순례는 필요하다고 보며 성지에서 받았던 그 감회가 식지 않고 날로 새로워져서 앞으로의 대학생 청년의 더운 혈기가 교단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원불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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