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거리 북한, 상생적 만남으로 다가서야 북한교화는 통일염원 굳게 다져가는 과정

대담
김현 교무 (교정원 부원장)
신명국 교무(원광대교수)
박경석 교도 (교화연구회 간사)

리드 ; 북한교구 설립은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실질적인 내용과 질을 갖추는 조직돼야 교화 활성화의 밑거름 될 수 있다.
통일운동은 개벽의 문명세계를 열어가는 고리이며 서로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제거해 간다는 생각이 바탕돼야 한다.
북한 교화는 통일염원을 달성해가는 과정이며 통일의 걸림돌을 제거해가는 일에서부터 출발되어야 바람직하다.

미완의 해방50년, 원기80년은 우리민족이 일제식민지 통치질서에서 벗어나 분단이라는 멍에를 업고 미완의 해방을 맞이한지 반세기가 되는 해이다. 이때를 즈음하여 죄산종법사를 중심으로한 새교정체제가 정비되면서 교단은 민족의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과제에 한걸음 성큼 다가서 평양교구와 원산교구를 신설하고, 통일운동의 전면에 나서 북한교화의 새 장을 열어가고자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그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

국제정세의 변화와 통일운동
김현: 우리민족에게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7천만 겨레가 한결같이 지녀온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통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금년은 해방 50년을 맞는 해이다 보니 더 이상 반쪽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의지들이 한층 결연해지는 듯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안고 있었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사회민주화 문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1980년대에 들어와 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민족분단의 현실이라는 자각이 이루어지면서 우선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겠다는 인식과 함께 때마침 출범한 문민정부의 영향으로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통일논의가 역사의 전면에 부각되어 다른 어느때보다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교단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추어 금번 새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비록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평양교구와 원산교구를 설립, 북한교화에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분위기이고, 원불교 청년회에서도 원청 30주년을 계기로 개벽ㆍ환경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주제로 삼고 지속적인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어 내심 매우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박경석 : 우리가 동일운동을 바라볼 때에 우선 객관적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상황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세계정세의 변화는 유럽의 사회주의국가와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면서 세계를 지배해왔던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경제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다원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대두됨에 따라 동북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의 핵무기 개발이나 재무장을 통한 정치ㆍ경제ㆍ군사적인 주도권 확보노력과 중국의 자본주의 수용을 통한 산업화는 향후 동북아 정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속에서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맞닥뜨리는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남북이 통일되었을 경우 양자를 조정하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시켜 주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지금처럼 분단상황을 계속 유지할 경우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일본, 남한을 잇는 경제블럭의 첨예한 대립속에서 제2의 청일전쟁 혹은 러일전쟁과 같은 대리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우려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나진, 선봉개발계획이나 남한의 부산국제항, 영종도 신공항사업 등은 동북아정세의 재편에 따른 남북의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되지만 그보다 우선하여 이러한 상황을 남보다 우선하여 이러한 상황을 남북한 모두에게 공히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민족통일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지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신명국 : 그간 국내적으로 다양하게 정개되어왔던 통일운동에 관련한 논의들이 이제 어느정도 객관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리의 통일이념이라는 것은 마츠크시즘을 중심으로 남한사회 내부의 민주화나 외세문제 등을 해결해나가면 자연그레 그 결과물로 이뤄지지 않겠느야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어 옸으나 소비에트연방의 해체와 더불어 이념적인 부분에 있어 이러한이론들이 어느정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동일이념과 공동 인식의 기반 위에서 그 방법들을 모색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이 가운데서도 민간통일운동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 이제는 거역할 수 없는 물줄기로 흘러가고 있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안ㄹ구 없습니다. 특히 우리교단은 이번 새집행부가 출범을 하면서 평양교구와 원산교구를 설치, 통일을 염원하는 사회적 흐름에 조응하고 있어 그 기대가 매우 큽니다. 구러나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그동안 우리의 모습이 사회의 분위기에 다라 늘 내용보다는 형식을 우선해 온점이 많앗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새로 설립된 양 북한교구가 실질적인 내용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교구에 사무국장이라도 임명해서 구체적인 일들을 전개해 나갈 때 그것이 통일의 밑걸음이 되고 북한교화의 출발점도 마련되리라 생각합니다.
북한교화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박 : 우리의 통일논의나 북한교화문제를 이야기 하기전에 우선 타종교단체들이 통일논의를 어떻게 진행해 왔고 그 속에서 우리가 본 받을 것은 무엇이며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그동안의 각종교 단체들의 통일운동이나 북한선교문제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동일운동과 북한교화는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통일에 대한 논의나 북한교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과감히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통일운동은 하나의 새로운 개벽의 문명세계를 열어가는 고리로 인식되어야 하고 북한 교화문제 역시 모순투성이인 남한의 체제를 그대로 북한에 심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공히 서로가 가지고 있는 양체제의 모순을 비판하고 보완해간다는 시각에서 출발하는것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교화를 풀어가는데 상생적 만남은서로 모자라는 사람들끼리 만나 그 내용들을 풍부히 채워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 통일운동에 임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은 광대무랭한 낙원세계의 건설이라고 하는 개교 정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현실 속에 낙원세계를 구현하는 방법으로써 통일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그동안 우리는 현실을 낙원되지 못하게 해온 여러 가지 사회구조적인 모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통일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이러한 과거에 대한 적극적인 반성의 하나라고 봅니다. 따라서 북한교화에 임하는 자세 또한 기본적으로 그동안 민족적 과제에 응답하지 못해왔던 과거의 반성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좌산종법사님께서 신년법문으로 말씀해 주신 「관용의 도」는 다른 국내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문제, 세계문제 등 우리앞에 옿여진 모든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화해를 전제로 새시대를 열어가자고 하는 깊은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 됩니다. 우리는 이때를 당하여 교단이 북한교화의 새지평을 열고 통일운동의 신기원을 열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신 : 최근 종교단체들의 통일운동을 보면 민족적 양심에서 하는 운동도 있지만 선교나 포교의 수단으로 접근하는 측면도 다분히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일부 종교에서는 자본경쟁의 준비를 미리 다 갖추어 놓고 일단 북한이 문호를 개방하기만 하면 제각기 경쟁적으로 북한지역에 종교단체들을 세월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남북통일을 계기로 만들어나가야 할 새로운 사회모습보다는 우리의 체제를 그대로 북한지역에 심겠다는 식의 잘못된 발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철저히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것이고 정부에서도 대환영 할 일이라 보지만, 만약 북한체제를 인정하는 범위내에서 통일을 이루게 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출발이라 봅니다.
따라서 통일운동과 북한교화를 하나로 엮는 종교간의 대화나 토론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60년대부터 「종교인협의회」를 구성하여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 왔고 추진에 와서는 소위 재야종교인협의회라고 할 수 있는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를 구성, 주도적 활동을 해왔던 사실은 앞으로 북한교화에 있어서 종교간의 논의를 가능케 하는 새지평을 연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양쪽기구를 통해 북한교화문제에 대한 조정역할을 담당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 삼동윤리의 이념에서 볼 때도 종교간의 협력과 이해를 주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 이러한 일을 잘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할수 있지요. 북한교화를 하는데 있어서도 교세의 확장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민족전체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종교가 나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 서로 협의하고 노력해가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이 세계의 정신적 지도국이 된다는 말씀은 도덕적인 우수성을 지칭하는 것도 되겠지만 사회체제의 모순이 극복되는 제3의 체제를 창출해낸다는 의미도 함께 부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종교인들이 상호협력하여 남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제3의 체제를 이끌어낸다면 그것은 인류사적으로도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박 : 그런데 거기에 한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은 통일운동 뿐만아니라 북한교화문제에 있어서도 원불교가 동일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종교는 북한교화문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북한지역에 남아있던 과거의 재산을 되찾자는 욕심으로 접근하는 종단도 있고, 풍선에 홍보물을 넣어 북에 날려보내는 등 매우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종단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교화를 하는데 있어서 자기의 독자적인 선교방법을 찾겠다고 하는 것은 북한과 사회주의체제를 잘못 이해하는데서 나와진 오류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은 남북이 공히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가를 깊이 반성하고 이를 함께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전제될 때 가능합니다.

그리고 북한사회에 종교를 인식시켜가는데 있어서 그동안 북한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종재해왔던 기본적인 종교적 인식 이런 것들을 함께 돌려놓는 작업도 우선해야 하리라 봅니다. 최근 문익환 목사, 임수경 양, 문규현 신부 방북 이후 종교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대다수 일반대중은 종교란 미신이고 관념적인 덕이고 아편과 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볼 때 각 종교단체가 북한교화를 하는데 있어서 우선 해야 될 것들이 개별적인 자기세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공격적인 선교방법이 아니라 종교에 대한 무관심의 풍토를 돌려 놓으면서도 서로간의 이질감을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상화간 협력해 가는 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신 :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교화를 한다고 할 때 그곳에 파견되는 교역자가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은 교화대상자들이라 할 수 있는 그곳 현지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 혹은 종교에 대한 견해 등을 먼저 알아야 된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우리가 북한교화를 한다고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의 예로 우리는 사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북 사람들은 전연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이러한 가치의식으로 그들을 교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겠어요? 특히 종교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동안 사회주의국가에서 종교는 사회주의건설의 아편이고 반동세력이고 귀족들이 농민들을 수탈하기 위하여 내세운 하나의 허위의식으로 인정되어왔는데 그게 쉽지 않지요.
이렇게 볼 때 대종사님이 종교와 정치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다고 하신 말씀은 우리가 새롭게 되새겨 봐야할 법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를 두 개의 축으로하는 이념을 창출하지 않고는 바람직한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아마 스킨디나비아 3국이나 덴마크,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또는 민주사회주의 체제 쪽이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 최근 북한사회를 보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특히 주체사상이 확립된 후 90년 초에 들어오면서 주체사상과 종교교리들을 분석해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영생론과 주체사상에서 영생론은어떻게 틀린가. 주체사상에서 사랑과 기독교에서의 사랑이 어떻게 틀린가. 불교의 열반의 경지와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인민과 당과 수령이 하나되는 경지는 또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들에 대한 연구작업들이 그것인데 이는 어쩌면 주체사상에 대한 적극적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성급한 판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체제 내적으로는 좀더 강고해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북한사회가 종교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최근 북한의 실상이라고 하는 상당히 냉전적인 시각을 가진 프로그램이 TV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이 북한사회가 앞으로 얼마가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 사회의 역사 즉 북한의 사회주의건설과는 매우 달랐다는 사실을 간과한데서 비롯된 오류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말해 혁명전통 자체가 사회주의를 종교의 신앙처럼 신봉하게 하고 단결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고 북한은 이를 주체사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북한체제는 쉽게 무너질 체제가 아니지요.
따라서 우리는 주체사상의 이해로부터 북한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반 역사적인 조건을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북한에 다가서야지 맹목적인 냉전의식만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이러한 일은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나서서 해야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 우리의 교화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본다면 우리는 타종교에 비해 북한에 교화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여서 매우 열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성교당이 있었다고 하지만 타종교와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하죠. 하지만 원불교가 한국에서 발생한 자생종교, 민족종교라는 점은 우리가 갖은 매우 유리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요사상이나 영육쌍전의 이념 등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진리관, 인간관 등 북의 사상과 접근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종교의 교리에 비해서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점에 있어서 앞으로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작업이 진행되어져야 하리라 봅니다. 마치 천주교가 처음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서학이라는 학문적인 입장을 가지고 들어왔듯이 원불교 역시 하나의 학문으로서 자기들이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접근의 기회를 자주 갖게 하는 것, 그래서 그 사람들이 사상적으로 원불교사상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면 매우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몇가지 제언
박 : 지금 청년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삶운동은 교단 최초로 이루어지다시피하는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통일운동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 매우 반다운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 운동에 우리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운동을 전개해 가는데 있어서 우리가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이 운동이 북한당국이나 북한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들지 않은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상보시가 의미를 갖는 것도 바로 이러한데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종교가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기도 합니다.
신 : 이제 우리가 미약하나마 실질적으로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체적인 활동을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체적인 예로 국민학교 같은 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반공교육 같은 것은 우리가 통일을 향해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중요한 시안이라고 봅니다. 정부에서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반공연맹이나 재향군인회 같은 곳에서 발행되는 반공교육 책자를 의무적으로 읽도록 권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나서서 고쳐나가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방위비문제 같은 것도 앞으로 우리가 논의해야할 중요한 사안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김 : 지금 시작하는 한삶운동도 교화시장을 점령하겠다는 생각에서 물량공제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만 낳고 말 것입니다. 북한교화는 통일염원을 달성해가는 과정이어야 하고 우선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일에서부터 출발되어져야 합니다. 통일운동에 기여함이 없이 통일 이후의 교화 활동만을 생각한다면 이는 짓지 아니한 농사에 수확을 바라는 어리석음이 될 것입니다. 통일농사에 있어 뒷짐을 지고 있다가 낫만 들고나서면 누가 들판을 내어주겠어요?
그래서 우선적으로 교도들에게 통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일부터 출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타종교에서는 그 동안 진보적인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통일을 정말 큰 사명으로 알고 민족적이고 신앙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해왔습니다. 우리교단도 앞으로 통일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일원상 신앙을 하는 차원으로까지 논의되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선 통일의 당위성이 교도들에게 적극 홍보되어져야 합니다. 지금은 냉전적인 사고로는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은 어렵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학대학내에 북한학과를 설치하거나 교양과목으로 북한학을 이수토록하는 것이 바람직 하리라 봅니다.
신 : 북한교화에 있어서 교육과 홍보는 교단적으로 시급히 이루어져야할 교단적 과제라는데 우선적으로 동감합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북한바로알기 운동을 교단내에서부터 펼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북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바로 파악할 수가 있죠. 무조건 북한사회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통일의 시기를 멀게만 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교단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번 북한교구의 설립이 북한교화의 실질적인 기반을 형성해 갈 수 있도록 교단적인 여력을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북한교화위원회나 북방교화위원회가 존재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북한교화를 위한 아무런 실적도 가져오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합니다. 조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적자원과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번 양교구장의 임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혹시 개인적인 역량에 북한교화의 전부를 걸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현시기 속에서 통일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어떤 개인의 능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을 아니라고 봅니다. 좀더 적극적인 교단적 관심과 인적,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리라 봅니다.
<정리 : 오정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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