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면보다 정신면을 중시-
대한 건축 사업회 회장 강명구

3월 21일 대한 건축 사업회 강명구 회장과, 홍익대학 전명현 교수를 초빙하여 중앙총부 건물배치에 대한 자문이 있었다.
다음은 강명구씨가 종교적 건물배치에 대한 기본 원칙을 말한 것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건축물들을 배치하는 데에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건물에는 다소 건축적인 기능을 약간은 무시하여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되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어떠한 원칙이 서야 할 것입니다.
종교적 건물은 건축적인 원칙이나 기능을 다소간은 무시하여도 좋다고 보는 점은 종교적 건물은 기능적인 면보다도 정신적인 면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원불교 총부 새 건축물 배치에 있어선 건축학적인 원칙만을 좇을 수 없다고 보아지는 점이 있으니, 총부 구내의 대지는 평지가 아니고 일부는 구릉 지대이어서 대지 자체로서의 축선을 정하기가 힘들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니 건물배치에 앞서서 어떠한 축선, 즉 사람으로 말하면 척추와 같은 선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긴요한 일입니다.
이 축선만 정해버리면 건물배치는 축선에 따라 적당히 하여도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편의 철로보다는 자동차 도로로 들어오는 길을 주로 삼아야 할 것 같이 보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질서라는 게 이 주축이 있어야 만이 가능합니다.
원불교 총부의 신축건물 배치는 앞으로 2천 년대의 딴 건물배치를 예상하고 해야 됩니다. 역사의 죄인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단견으로써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을 저질러 놓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겠습니다.
현재 총부의 주축이 성탑에서 뻗어난 길이라 보아지는데 이는 아주 흐트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졸견으로서는 총부의 주축을 새로 정하여야 한다고 보아집니다. 새로운 축을 제 개인의 의견으로는 이와 같이 하면 어떤가 합니다.
제1축을 현재의 총부 정문에서 직선으로 새로 지은 건물(정화원)현관 앞까지, 그래서 거기에 광장을 하나 이루고.
제2축은 그 광장에서 성탑까지의 직선도로로 하였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고 보면 성탑의 방향과 길의 방향이 같지 않다는 서운한 점이 생기는데 성탑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으나, 그러기가 힘들 테니 성탑 앞에 큰 광장을 마련, 길의 방향을 둔감 시켜 버리면 그런 약점은 거의 커버될 것으로 보아집니다.
그래서 이 주축에 따라 영모전은 송대 아래에 남향으로, 기념관은 정화원 앞 기숙사 뒤에 서향으로, 그 <찢어짐> 조실과 사무실은 상관이 없지 않은가 보아집니다만, 서편은 터놓아야 할 줄로 압니다.
 기념물적인 건물은 학교나 기숙사 같은 건물과는 달라 채광 같은 것엔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겠고, 다만 외형보다 내부에 들어와서 숭엄성이 느껴지면 됩니다.
건축에 있어서도 정신적인 것이 외형적인 것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 외형적인 것을 더욱 강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관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지 주는 못되는 것입니다.
옛날 중앙청 같은 것은 숭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형태에서 나타내어 전체적인 국민을 위압하고 복종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외형적인 형태 같은 것에 대하여서는 국민들이 머리를 숙이려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의 발달로 세상은 밝아져서 사람들은 외형보다는 내용적인 것에 대하여 머리를 수그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옛날과 달라진 현대입니다.
옛날엔 학교의 제일 좋은 자리, 가장 드나들기 쉬운 앞자리가 교장실, 그 다음이 교무실, 그리고 맨 뒤에가 교실로 되었는데, 지금 미국 같은 나라는 학생은 앞으로 나오고 관리부는 눈에 뜨이지 않는 뒷자리로 물러서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원불교의 사무실도 뒷자리가 어떤가 합니다만 안내를 맡아야 한다는 특수한 여건이 감안될 때 앞에 나와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건물에서 특히 유의할 점이 있다면 스케일입니다.
건물의 스케일은 사람의 정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적어야 할 것은 적어야 하고 커야 할 것은 커야 합니다.
개나리꽃이 적으니까 멋이 있지 손바닥만큼 크다면 누가 아름답다 하겠습니까.
그것은 보기 흉측한 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