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전통수립과 주체성 확립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26일까지 우리는 조용한 대각경축기간을 보냈다. 정말 평온하고 고요한 대각개교 경축기간을 보내고 나니 가슴속에 한 가닥 잔잔한 생각이 떠오른다.
3월 26일 대각개교절은 우리 교단에 있어서 가장 큰 명절이다. 그것은 교조 대종사님께서 탄생하신 날이요, 일원의 진리를 스스로 깨치신 날이요, 원불교가 창립된 날이요, 우리 모든 법동지가 사은의 크신 은혜로 새 생명을 얻은 공동 생일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원기 53년 3월에 발간된 원불교 예전에 의한다면, 대각개교절은 우리 교단 최대의 경절로 기림은 물론이려니와 4월 26일까지 한 달간을 경축기간으로 정하고, 거교적으로 최대한의 다채로운 경축행사를 거행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각개교 경축기간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뜻깊고 흥겨웁게, 다채롭게 성대하게 베풀었는가를 침착히 정말 냉철히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총부를 비롯한 대개의 지방 교당이 간단한 경축식만을 거행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부 지방에서 성가대회, 여흥회, 점심공양, 양로원 고아원 위문 등으로 겨우 최저의 체면이나 유지했다고 할까?
해마다 공식적인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총부 기관대항 친목체육대회로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시치미를 떼로 있다면, 당무자의 무계획하고 불성실한 태도에는 정말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의 경우에도 대각개교 경축절과 각종 기도나 석존성탄절 행사를 어떻게 거행하고 있나를 검토해 본다면 대개의 경우 스스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런 여러 현상들은, 아직 우리 교단이 창립단계에 있기 때문에, 순수한 원불교적 전통이 수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불교를 연원으로 한 원불교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불교적 요소가 교리나 제도, 교우의 마음속에서까지 상당히 남아 있음도 부인할 수 없겠다. 또한 대종사님이 천명한 바와 같이 사통오달의 교리를 지향하고, 모든 종교의 좋은 점도 받아드린다는 것이, 자칫 타종교의 모방에 떨어지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모방과 흡수의 단계를 넘어서서 원불교적 전통을 수립하기에 과감해야 한다.
대각개교절은 형식적인 식순진행이 아니요, 내용적인 행연이라면, 문화행사를 중심한 정신적인 지성의 풍성한 잔치가 그야말로 조용하면서도 찬란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총부와 각 기관 지방의 당무자들은, 순수하고 자랑스런 원불교적 전통수립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고, 우리 법동지는 각자의 가슴에 정결한 원불교의 피가 흐르도록 정진해야 함을 다 같이 명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