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지난 12월부터 2백 99개 품목에 대한 수입 자유화를 단행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실시한 제1단계 1백 33개 품목의 수입 자유화와 이번 2단계의 수입자유호정책은 우리 경제가 이제는 어느 정도 성숙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무역규모의 확대,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 물가 안정을 통한 소비자 보호, 자원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무역환경의 변화 등이 수입자유화 정책의 필요성으로 거론되었다.
수입자유화가 실시된 지 5개월이 가까워오는데 벌써부터 성패 여부를 논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이에 따라 행정 당국에서는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여 신축성 있게 대처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책적인 모든 문제는 정부에서 잘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수입 자유화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밑받침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다짐해보고 싶다.
그것은 한 마디로 근검저축의 생활이다. 즉 수입자유화로 인해 사치풍조나 소비성향이 조장된다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 경제의 성장으로 소비성향이나 사치풍조가 우리 사회에 크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저축 증대를 도모하고는 있지만, 이 문제는 인간의 종교적 본성에 입각해서 근검저축의 정신을 기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일반 사회인이 재산을 모으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 착각에 사로 잡혀 공익사업보다는 쾌락의 추구에 더 치중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이 재산을 모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난한 자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인은 쾌락의 추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생의세의 숭고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재산을 축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종교인은 인간의 본성에 입각해서 근검저축의 정신을 길러야 하고, 근검저축 운동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국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어서 근검저축의 미덕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모든 종교인이 근검저축의 생활을 솔선수범해서 사치 풍조와 소비성향을 억제해야만 정부에서 목적하는 수입자유화 정책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일이 바로 정교동심(政敎同心)의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교정원 예산 편성
원기 64년도 교정원 예산 편성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연례행사 같은 문제들이 그대로 대두되고 있다. 교단의 경제가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속수무책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일까.
예산편성 작업이 난관에 부딪치면 정책수립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도 지금까지 정책수립이 한 번이라도 되어본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수립의 문제는 교단의 여건이 어쩔 수 없다든가,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교단의 간부들이 모여 앉아 자기 분야만을 주장하지 않고 슬기를 모은다면 우수한 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그런대로 정책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정책수립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음에 인력의 최대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현재 각 부처의 인력활용도를 보면 결코 최대한으로 활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문제도 역시 각 부처장이 자기 분야만을 주장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각 부처 간의 업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업무를 간소화하고 능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로 필요하지 않거나 긴급하지 않는 업무는 생략해야 하고, 부처 간에 서로 중복되는 업무는 인력과 예산의 낭비만을 가져올 뿐인 것이다.
이상에서 세 가지로 지적한 정책수립의 우선, 인력의 최대 활용, 각 부처 간의 업무 재조정이라는 선행 조건 위에서라면 아쉬운 대로나마 바람직한 예산 편성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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