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립 원광대학교에 교학대학이 79학년도부터 설치된다. 따라서 교역자 양성의 전환기가 온 것이다.
동산선원과 더불어 교역자 양성의 주축을 이루어왔던 원광대학교 문리과대학 원불교학과가 교학대학으로 승격 개편됨을 계기로 교역자 양성의 새 이정표를 세워야하고, 또한 문제점들을 검토 해결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단사의 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교학대학의 설치에 크게 기대하면서, 이에 따른 교역자 양성의 새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려한다.
먼저 커리큘럼의 재조정을 말하고 싶다.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커리큘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커리큘럼은 학교의 실정이나 교수의 사정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학생 위주와 교단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단의 60여 년 역사에 비해, 4년간이란 대학과정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4년이란 기간을 최대한으로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고, 동시에 교역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기에 아쉬움 없는 교육이 되어야 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4년이란 기간에 비해 교전을 중심한 각종 교서나 교리 공부가 오히려 미흡하다는 말들이 오가는 일이 없어야 하고, 과목 수는 많은 것 같으나 교역자로서 필요한 기능이나 사회적 지식의 부족현상은 그대로라는 말도 없어져야 한다.
다음에 교학대학 뿐만이 아니라 필요한 다른 분야의 교육도 과감히 시켜야 할 것이다. 즉 교학대학 일변도가 아닌 다른 학과 출신의 교역자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전문 분야와 다양한 형태의 교역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교단의 장래를 내다보는 정책에 의한 필요분야가 엄선되어야 하고 예비교역자 선정도 엄선되어야 하고 한다. 도한 무분별한 대학원 교육도 재검토 되어야 한다.
교수의 자질과 교단 지도자의 자세도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교학대학의 교수는 지식의 전달자일 수만은 없다. 학문을 가르치는 사람인 동시에 종교적 인격을 함양해 주어야 한다. 교단의 모든 지도자들 역시 예비교역자에 대한 선진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립학교로서의 원광대학교와 교역자 양성기관으로서의 교학대학의 교육의 특수성을 잘 살리는 문제, 기숙사 생활과 학교생활과의 연결 문제, 인재양성과 활용문제 등도 함께 검토되어야 교역자 양성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가을, 수양의 계절
가을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라고. 어떻게 보면 인생길이란 먼 여행길이요, 인생이란 정차 없는 나그네, 구름처럼 왔다가 바람 따라 가는 나그네일 수도 있다. 1년 중 가을철에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떠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독서는 인간의 마음을 살찌게 한다. 책을 통해서 옛사람과 만남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 가을 촛불 아래 기도하는 자세로 독서하는 것은 분명 엄숙하고도 성스러운 일이다.
바쁜 농부들에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 내 땀 흘려 가꾸어 가을이면 거두어들인다. 황금물결 넘실대는 가을의 벌판, 오곡이 영그는 소리, 거두어들이는 기쁨, 아! 인생이란 얼마나 보람차고 즐거운 일인가!
그러면 우리 종교인에겐 가을은 과연 어떠한 계절인가. 수양의 계절이라 불러보자. 1년 중 가을이란 얼마나 수양하기 좋은 계절인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그것은 곧 허공법계 청정법신불이 아니든가, 바위가 앉아서 좌선하고 시냇물 소리는 팔만사천 법문이라, 창공을 가르는 기러기 울음은 그 얼마나 기막힌 설법인가.
삼라만상 두두 물물은 그대로가 천백억 화신이요, 청· 황· 적· 백· 흑의 오색 변화는 또한 우리의 마음 작용이다. 가을은 온통 그대로가 부처요 부처 말씀이다.
그래서 수도인에게 가을은 수양의 계절이다. 때로는 착심 없이 울을 털어버리고 먼 여행길을 떠나기도 하고, 살아온 인생길을 결산도 해보고, 책 속에서 성현을 만나 웃어도 보고, 가을 하늘 맑은 호수에 내 마음을 비워보는 수양의 계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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