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하늘이 더더욱 높아 보이던 지난 10월 23일 부산교구 연합 봉공회(회장= 문한규)에서 월 행사로 추진하고 있는 농아원 혜성구화학교 방문 버스가 서면교당을 출발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대종사님 부촉법문을 생각해본다.
「우리의 사업목표는 교화 교육 자선의 세 가지니 앞으로 이를 늘 병진하여야 우리의 사업에 결함이 없으리라.」
그러나 현 교단의 실정을 볼 때 가장 미약한 것은 자선사업이다. 불우이웃 형제들에게 은혜를 심는 자비의 손길이 빠지고 있음이 어쩔 수 없는 사실 아닌가.
이곳은 유옥주 원장님이 부군과 함께 특별하신 원력으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불우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가꾸어온 작은 천사들의 보금자리인 것이다. 교사의 안내로 교실에 들어가니 60여 아동들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탬버린 북 등을 울리며 열심히 환영 합주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말을 못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못 듣기 때문에 못하는 경우와 지능지수가 낮은 정신박약아들인 경우인데 이곳 아동들은 다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못 듣기 때문에 말을 못한단다.
『농아들도 성장하면 한 사회인이 되어야 하고 가정을 거느리고 보모도 섬겨야 하지 않겠습니까』『사람 되게 하는 올바른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대인 관계 사회 적응의 능력을 기르도록 애쓰고 있지요.』
교사들의 설명에 의하면 대개가 올바른 성장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천대와 냉대 속에서 놀림을 받고 자라났기에 정상인들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부터 없애주는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일반인들의 방문은 후원 문제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일부로 환영하고 있는데 방문 시에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정상인들도 나쁜 사람이 아니구나.」하는 인식을 갖게 하고 친근감이 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원장 선생님의 감사 말씀이 있은 후 아동들의 무용 합창 발표가 시작되었다.
무대 앞 한 쪽 구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 입, 손 등으로 동작을 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무용을 하는 어린이들은 어쩌다 틀리면 무안한 듯 씽긋 웃고 얼른 틀린 동작을 고치는 그 모습들이 너무도 천진스럽다.
정확한 발음이 안 되는 울부짖음 같은 노래를 있는 소리 다해 외치고 있는 그 진지한 모습은 차라리 엄숙하기까지 했다. 부모도 사회도 외면하고 냉대한 후에 버려져 있는 불구아동들, 그러나 어찌하랴 알지 못하는 가운데 받고 있는 저 아픔을 우리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세세생생을 놓고 진리의 가르치심 속에서 이 무서운 아픔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길 기원 드렸다. 한 형제로서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우리의 할 일이리라.
서면 봉공회에서 마련한 학용품을 전달하고 다 함께 식당에 가서 우리는 아동들의 과일 먹는 것을 거들어주며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즐거운 듯 밝은 표정으로 부끄러운 듯 건네주는 사과 한 쪽을 받으며 어느덧 그들과 친구가 된 기분이다.
부산교구 연합 봉공회는 계속해서 매월 교당별로 이곳을 방문하여 후원할 계획이다. 2시간에 걸쳐 함께 있었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려니 어느새 어린이들이 문밖에까지 나와 손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멀어져 가는 혜성구화학교의 모습! 아픔의 멍울 속에서도 내일에의 희망이 있고 신념이 흐르고 있는 집. 원장님 교사 선생님들의 사라의 향기가 여울지고 있었다.
<부산교당 부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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