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닝 인생

○○대학에 다니는 P군의 에피소드 한 토막. 고등학교를 적당히 놀면서 다녔기 때문에 대학 입시 예비고사에 자신이 없었겠다. 고시장에 들어가서 시험지를 받아보니 더 많았다. P군은 모험을 했다. 컨닝을 하다가 들켜서 불합격되거나, 양심을 지키다가 답을 못 써서 불합격하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앞 뒤 옆에는 일류교 출신들이었다. 그래서 P군은 용감히 컨닝을 한 것이다. 결과는 천우신조였든가 합격이었다.
컨닝은 물론 부도덕한 것이겠으나, 학생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있다. 잘만 한다면 우등생도 되고 입학 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진리를 탐구하고 인격을 도야하는 학생들이 컨닝을 하지 않아야 할 테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다. 학교에서 컨닝 우등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줄타기 명수가 된다. 말하자면 컨닝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초나라 선왕은 어느 날 신하들에게 「북방에 있는 여러 나라들은 우리 재상 소계휼을 겁내고 있는가」하고 물었다. 이 때 강을 이라는 신하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날 호랑이가 여우를 잡아먹으려 했다. 이 때 여우는 「나는 뭍짐승들의 어른으로 정해져 있으니 나를 잡아먹으면 천명을 거역하는 것이다. 내 말을 믿지 아니하면 나를 따라 오라. 짐승들은 나를 보면 도망갈 터이니.」이렇게 말했다.
호랑이가 여우를 앞에 세우고 갈 때 만나는 짐승마다 도망을 쳤다. 호랑이는 과연 여우를 겁내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여우 뒤에 따라오는 호랑이를 보고 겁내어 도망한 것이다.
북방 각국이 무엇 때문에 소계휼을 겁내겠습니까. 겁내는 것은 소계휼이 아니라 바로 임금의 강한 군대입니다.>
사람이 지위가 높고 돈이 많다고 해서 인간적으로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사회에서는 누추한 옷차림을 하면 그 가슴속에 숨겨진 인품을 알아주기 어렵고, 알맹이는 아무 것도 없는 경우에도 그 사람의 재산이나 권력을 보고 아첨을 하기 일쑤다.
수상직에 있을 때는 집의 개가 강아지만 낳아도 축하객이 쇄도하더니, 물러났을 때는 본인의 생일 때에도 축하객이 없더라는 게 이 세상인심이다.
선인선과 악인악과라지만 세상엔 컨닝 족속들이 더 잘 살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가슴속에는 바람만 들어있으면서도 겉으로 화려한 지위나 재산으로 으스대고 사는 인간들이 득시글거린다.
그나 그 뿐인가 별다른 수행도 없이 냉철한 자기 고발도 없이 이렁저렁 몇 십 년 지내다가 나이가 어쩌느니 법랍이 얼마니 하면서 발로 도인인체 하는 것도 말하자면 일종의 컨닝 족속이다.
도를 이루는 것은 학문이나 지식에도 있지 않고 나이와 지위에도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그의 정신수양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인간이 전생부터의 수행이 있었다면 현생의 법랍이 그렇게 문제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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