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

천년 느티나무 매이 울어대는
그 사이 사이
사철 붉게 물드릴
동백 철쭉 백일홍 홍엽 단풍을 심을래요
활엽수 침엽수 푸른 상록수 우거진
사이론 오솔길을 내고요
푸른 물결 위에
흰 파도 위에
그 파도에 깎이고 할킨 바위섬에다
천태만상 기절을 이룬 바위섬에다 말입네다

정열의 화가가 맘껏 휘저 논 그림처럼
말입네다
잣나무 은행나무 밤 대추 감나무도
무화과 딸기도 심을래요
당근 마늘 파 우엉도 심고요
나루터 오가시는 스님네들
사철 입맛을 돋우게들 말입네다
노송과 푸른 대숲 잡목이 우거진
칡덩굴 머루 어름 댕드람덩굴 바위손은
그냥 두어두고
그 사이 사이
흰 돛대도 보이게 사공노래 들리게
그냥 두어 둘래요
그리고
부엉이 꿩 두루미 온갖 산새들 물새들
모두 노래 보르고 쉬어가게들 말입네다

정열의 시인이 맘껏 쏟아논 시처럼 말
입네다
그 사이 사이
바둑처럼
남쪽엔 정화태(※주1)
동쪽엔 동암(※주2)을 지을래요
능선 골짜기 비탈에는
생산성이 많은 나무들을 심을래요
먼- 훗날
그 자란 나무들로 동편에랑 서편에랑
두고 두고 아담한 초가도 양옥도 짓게
들 말입네다
그래서
度衆生에 지친 스님들
더욱 편히 쉬어서 쉬어서 가시게 들 말입네다
대산법사님 흔적 남기신 느티나무 옆에
봉래정사
쌍선봉(※주3)을 맞바라보게
하섬 대각전을 지을래요
아침 저녁으로 종이 울리면
불도를 이야기하고 불도를 이야기 할
법단을 말입네다
천여래 만부살이 난다는
먼- 훗날
여기서 모두들 석장을 머물게들 말입네다
그리고
창해 물결위에 그 맑은 명상을 띄우게 말
입네다
그리고
언제나 청풍이 이는 북편 층층바위
노송숲속엔
청하정(※주4)을 지을래요
백운과 명월과 함께 흘러가는 사연들
먼- 훗날
여기도 있노라 이야기를 하게 말입네다
태고적부터 흐르는 맑은 옹달샘이며
바위위에 조으는 노스님의 모습은 후렴
으로 그냥 두어 둘래요
멀- 리
미역 따고 소라 줍는 소녀들의 노래소리도
석양 노을빛에 님들 싣고 돌아오는
기적소리도
그냥 후렴으로 두어둘래요
(하섬 요양원장)
※주1= 교서편수장
※주2= 사업부 전지 요양소
※주3= 정산법사님 계시던 월명암 주봉
※주4= 청하는 구타원 선생님의 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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