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만 가는 기도의식
타력에만 의존하는 기도는 금물

자신이 주체되어 불공의 심경으로 드려야
요즘 우리교단에서 실로 여러 형태의 기도의식들이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내용별로는 보은기도, 기원기도, 축복기도, 법인기도 등이 있고 기간별로는 1일기도, 3일기도, 7일기도, 보름기도, 반백일기도, 백일기도, 천일기도, 만일기도 등이 대표적으로 행해지는 기도의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도는 아직 철저한 신앙생활을 체험하지 못하는 교도들에게 신아아생활의 체질화와 함께 신앙심을 강화시켜 교화활성화에 도움을 줌과 동시에 개인의 안심입명, 또는 개인적, 교단적으로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의 기운을 하나로 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교단전반적으로 점차 확산되어가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러한 잦은 기도의식에 대해 많은 교역자들의 우려의 소리 또한 크다. 교단적으로 계속 확대 강화되어 온 기도의식이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과는 달리 교화의 방편적인 면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고 자칫  미신이나 기복신앙으로 치우쳐 우리 교법정신의 구현과 올바른 신앙생활의 축을 잡아나가는데 있어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엄연히 존재하는 까닭이다.
또 많은 교역자들이 기도의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면에는 기도의식의 진행이 그동안 교단이 초창기의 가난한 시기를 극복해 오는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었는데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이제는 타력 위주의 기도보다는 정법에 바탕한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신앙생활을 강화해 나가야 할 때임을 걱정하는 우려가 담겨있다.
《예전》에서는 특별기도를 우리가 보통으로 행하는 기도외에 특별한 정성으로 1일 내지 7ㆍ7일 등의 기간을 정하여 개인, 교당, 국가, 세계 등과 관련된 내용을 각자의 처지와 시기 그리고 발원에 의하여 치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 기도를 행함에 있어 미신 또는 타력만 의존하는 기도는 행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신앙생활의 특징은 한마디로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신앙이다. 즉 현실속에서 신앙의 대상을 발견하고 또 매사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항상 자신이 주체가 되어 불공하는 심경으로 임하는 현실적, 사실적, 자력적인 종교인 것이다.
정산종사는 기도를 행함에 있어서 기간이 7일을 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자칫 오랜 기도의식의 진행이 우리의 정법구현과 올바른 신앙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타력신앙으로만 편중되어 흘러간 염려가 많음을 우려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후천시대를 향도해 나갈 새 종교로서의 위상을 가진 우리교단의 모습이 자칫 우리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보다는 과거 종교적 습속에 얽매어 다수 대중에게 부응해 버리고 간혹 그들의 타력지향적인 성향들을 이용해오고 있었다면,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중생구제라는 우리의 목적과는 너무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라가는데 있어서 믿을만한 타력을 얻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신앙생활에 있어서 중심은 항상 자기 자신이요, 살아가야 할 공간을 바로 우리가 지금 서있는 현상의 세계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타력은 우리가 이 현실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우리생활의 중심에서 자신이 배제되고 타력이 중심에 서게 된다면 이는 자타력을 병진해야 하는 우리의 신앙과는 동떨어진 것이 될 것이다.(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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