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의 진리와 함께
창립 정신을 더욱 새로이

원기 56년(1971) 우리는 중대한 역사적 시기에 서게 되었다. 반백년 기념성업을 결실하는 해요, 세계의 원불교로 발돋움하는 해이다.
파란곡절이 중첩한 반세기의 역사를 이 누리에 점철해 온 것은, 교조 소태산 대종사님과대종사님께서 스스로 깨친 일원의 진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일원의 진리에 새롭게 각성하고, 일원의 진리에 의해 모든 일을 진행하고, 일원의 진리 속에 살아야 한다. 일원의 진리를 떠난 일은 잘 될 수도 없고, 잘 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일원의 진리는 끊임없이 돌고 돈다. 그러면서 계속 발전해 간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잠시도 한 자리에 머물거나 정체해서는 안 된다. 계속 끊임없는 발전이 있을 뿐이다.
일원의 진리는 시간적으로 과거와 미래가 없고 공간적으로 동서와 남북이 없다. 우리의 일은 과거에 얽매이지도 미래에 성급해서도 안 된다. 너와 나라는 상대도 장벽도 있어선 안 된다. 이 세상 모두 우리 모두, 과거 현재 미래를 다 포함한 영원한 현재에서, 그야말로 원융무야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는 원불교」라는 울타리를 쌓아서는 안 된다. 「이 일은 내 일」이라는 고집에 사로잡혀서도 안 된다.
일원의 진리는 텅 비었으면서도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다. 착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더러움, 사랑스러움과 미움, 기쁨과 슬픔 같은 일체의 상대적인 감정이 완전히 텅 비어있는 것이다.
이 세상 모두가 우리의 도량이요, 세상일 모두가 우리이 일이다. 공명심에 사로잡히거나, 시기심에 불타거나, 탐욕심에 혈안이 된 마음으로는 일원의 사도가 못 된다.
일원의 진리는 한 기운으로 뭉쳐있다. 세계가 한 집안이요 인류가 한 가족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협조와 단결이 있을 뿐이다.
원기 56년, 올해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매우 중대하다. 반백년 기념 성업 수행, 범 교단적 인사 교류, 교단 경제기반의 확립, 문화작업의 추진, 청소년 육성, 교단 행정의 기획 연구, 인재육성 발굴 활용, 사대봉공의 발족, 이처럼 중대한 과업들이 산적해 있다.
이 모든 일을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마음이 일원의 진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종사님의 근본정신과 선진님의 창립정신을 더욱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대종사님의 근본정신을 왜곡해서 빙공영사하거나, 개인의 명에나 이익을 도모하거나, 자기 분야의 일만을 중요시하거나, 과거에만 국집해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면, 우리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인간은 「자기」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자기 위주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과 아울러 상호의 대화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어떠한 문제의 결정에 못지 않게 토론의 과정이 중요하다. 광범한 토론의 과정 없는 결정은 독단이나 자가당착에 빠지기 쉽다. 중지와 슬기가 집약되는 것은 결정이 아니라 토론의 과정에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일들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일원의 진리에 바탕 해서 슬기를 모으는 토론이 필요하다.
원불교 신보는 사시에서 일원 세계의 건설, 이해 봉사의 풍토, 인간양심의 거울이 될 것을 밝혔다. 우리는 교단의 모든 일들을 원불교 신보라는 광장에서 토로내야 한다.
교단의 당면 문제에 대한 찬반시비를 공개적으로 토론하자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해야 하다는 측은 무엇 때문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명백히 밝히고, 반대하는 측은 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소신 있게 밝혀야 한다.
원불교 신보를 이와 같은 토론장이나 우리의 친구로 삼고, 일원의 진리 따라 모든 일을 추진하지 않고, 원기 56년의 과업을 잘 진행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원불교 신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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