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를 더 위해 줄 것인가? 고민하는 개척교화

▲ 법회에 참여한 교도 일동이 "음성교당 교화만세"를 외치고 있다.(앞줄 중앙 홍은용 교무, 뒷줄 중앙 이명선 교무(진천원광은혜의집).
잔잔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교당이 있다.
"순교를 다니다 보면 어디서인가 목탁소리가 나요. 그 소리를 찾아가 보면 교도댁이에요. 그래서 법회에서 '목탁소리 듣고 감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그 다음날에는 여기저기서 목탁소리를 더 크게 내며 기도합니다."

아담한 통나무집에서 사는 음성교당 홍은용 교무는 교도자랑을 하고, 교도는 교무자랑을 하며 서로 손을 맞잡는다. 원불교100년을 향한 기도를 교당과 집에서 각자 진행하는 교도들. 기도하는 재미, 교전 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순교 통해 교도와 하나
홍 교무는 요즘 교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일요법회를 마친 후, 월요일부터 금요일에는 마을별로 순교를 통한 봉사활동을 한다. 교도가 밭에 있으며 밭으로, 비닐하우스에 있으면 비닐하우스로 찾아가 안부를 묻고, 간식을 나누며 사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어려운 교도가정과 교당 주위 독거노인에게 도배봉사, 반찬과 김장봉사도 한다. 홍 교무의 하얀 자가용이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교도들은 차 소리를 듣고 '우리 교무님 순교 오셨네'하고 생각한다고.

이렇듯 교무가 열심히 하니 교도들은 감동과 감화를 받아 일요일에 법회에 빠질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교도들이 간혹 법회를 빠지면 일주일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고. 천상(天常) 교무를 닮은 교도들, 아니 교도를 닮은 교무인가 싶어진다.

순교를 통해 인정교화에 온 정성을 다하는 홍 교무는 "교화는 관심인 것 같아요. 관심이 없으니 눈과 마음에서 멀어지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지역사회에 관심 갖고, 교도들이 어떤가'하고 활동하니 만나는 만큼 교화가 된다는 사실을 체험한다"며 인정교화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홍 교무는 "교무는 교도의 멘토가 되고, 교도는 교무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늘 고민하는 것 한가지를 말했다. 바로 '내가 누구를 더 위해 줄 것인가?'하는 것이다. 교도들에게 바라지 않고, 정신과 물질로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다 해 교화대상을 위하는 홍 교무의 교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법당 개방과 결혼식을 통한 교화
15일 일요법회는 특별하게 진행됐다. 팔순을 맞이한 조은철·이도수 교도 자녀가 이명선 교무(진천원광은혜의집)의 주례로 법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

뒤늦게 인연을 만나 새 출발을 결심한 막내아들 부부의 결혼을 준비한 이 교도는 "아들이 교당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먼저 말해 마음 홀가분하게 할 수 있었다"며 "교무님이 너무 애써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은철 교도 역시 "교무님이 우리들 체면을 세워주셨다"며 "농사짓다보니 안사람만 교당에 나가고 저는 마음으로 응원만 했는데 이제 나와야죠"라고 말했다. 기쁨이 가득한 얼굴인 그는 "교당에서 큰일을 해결 해 주니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홍 교무에게 전했다. 이날 신부였던 엄영숙 씨는 입교를 해 새 교도가 되기도 했다.
▲ 조종화·엄영숙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퇴장하고 있다.
음성교당에서는 간간이 결혼식이 진행된다. 10월에도 결혼식 한 건을 진행했다. 가정 형편상 식을 올리지 못하고 지낸 교도에게 무료로 장소를 대여한 것. 그리고 60여명 식사까지 정성껏 준비를 해 감동을 줬다. 그 덕분인지 이번에도 결혼식 요청을 한 것이다.

결혼식에만 법당이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음성지역 종교인모임과 지역 문화행사 요청 시에도 법당을 개방한다.

홍 교무는 "통나무로 된 건물이라 운치가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우리 지역에는 귀농인들이 많이 있는데 그분들이 요가명상교실에 오는 날이면 저녁 늦게까지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고. 교도들 역시 법회 후에 오후 늦게까지 기도이야기, 교전쓰기, 염불공부 한 체험담을 나누며 일요일을 보낸다.

무료진료와 한겨레학교 학생들의 법회
매월 3째 주 법회엔 무료진료가 진행된다. 서초교당 은명규 한의사가 매월 내려와서 수고를 해 주고 있다. 은명규 한의사 역시 동생을 교화시키기 위해 이런 수고로움을 자청한 것이다. 은 한의사는 "4개월 정도 무료진료를 해 오고 있다"며 "교무님이 정성스럽게 교화하는 모습에 제 동생도 교당과 연결 시켜 보려고 꾸준히 오게 된다"고 말했다. 중풍예방과 노인질환, 디스크, 어깨 결림 등을 치료하는 은 한의사는 6년째 흑석동 주변 독거노인이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다니고 있기도 하다.

진료를 받은 정금화 교도는 "머리에 침을 좀 맞았을 뿐인데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도 편안해 졌다"며 "어깨도 많이 아팠는데 진료를 통해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 교도들이 법당에서 은명규 한의사에게 무료진료를 받고있다.

일요일 마다 법당을 훈훈하게 하는 주인공이 또 있다. 바로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음성이 집인 윤선화 교감의 인연으로 일요일이면 승합차로 학생들이 법회를 참석한다. 또 김경신 도무의 차량에도 학생들이 동승해 법회에 온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주축으로 하여 학생법회를 창단하기도 했다. 4축2재엔 대형버스로 기념행사에 참여해 법당을 가득 채웠다.

가장 열심히 법회에 참여하고 있는 안송희 학생(고3)은 "교당에 오면 편안하고 즐겁다"며 "기숙사 생활하면 아이들과의 경계가 많이 있다. 그럴 때마다 교무님 설교를 떠 올린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교무님이 준비 해 준 법 공양과 법회 후의 점심공양의 정성에 푹 빠진 것이다. 송희는 오늘 법회에서도 결혼식 축가로 '통일 아리랑'을 불러 인기를 독차지 했다.

교당 다닌 지 3년째인 김대은 교도는 "우리 교도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교무님을 따라간다"며 "교무님이 어찌나 정성스럽게 교도들을 챙기는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행사 때면 뒤로 빠지지 않고 솔선수범으로 교당 일을 한다고.

김 교도는 교회를 다니다가 홍 교무의 순교에 감화를 받아 전 가족이 입교를 한 사례이다. '사시정진'을 하는 김 교도의 남편 민도성 교도는 "일생에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원불교만난 일이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주인공이다.

홍 교무는 "많은 사람 교화보다 한 사람 제대로 공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농사철이 지나면 수요교리공부를 진행한다. 그것도 마을의 집 넓은 교도댁 안방에서 한다. 홍 교무는 "마음공부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 해야 할 공부라고 교도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도들 사이에서는 '일생을 너무 일만 하고 바쁘게 살았다'며 '공부의 의미를 감지하고 내생을 준비해야 하니 공부 시켜 달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교당의 모든 일을 정성으로 해결하는 홍 교무의 교화력. 또 일심합력인 교도들이 있기에 음성교당은 서로서로 법바라기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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