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우수를 지나고 경칩을 바라보며 개구리도 땅속에서 도약의 준비를 하고 잇다. 대지 강산에 봄이 오고 있다.
 우리의 조국,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가진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도 봄이 오려하고 있다. 1974년의 그 어둡고 음울했던 온갖 사건들, 아집과 독단, 질시와 대립, 부정과 부패, 부조리와 불신, 일방 통행적 강요와 극단적 비 타협, 무표정과 무감각, 그 어둡고 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려하고 있다.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으로 인한 구속자 석방에서부터 우리의 족구 강산에, 배달겨레의 가슴에 훈풍이 불려 하고있다. 행여라도 꽃샘추위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5천만 겨레의 소망으로 시작된 남북 대화가 권력욕에 미친 소수의 아집과 독단으로 인해 원점에서 맴도는 비극을 우리는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
 해빙 무드의 세계정세가 석유전쟁과 식량전쟁이라는, 무기 전쟁 보다 더 무서운 홍역을 두 번 다시 치를 수는 없다.
 이제 우리 모든 국민은 겸허한 자세로 청정한 마음으로 인간 양심을 되찾아야할 때이다. 국민 각자는 국가와 세계에 봉공하는 길만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위정자는 바른 정치가 어떤 것이며, 진정한 국치 민복이 어떤 것인가를 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잘못이, 그 원인이 어디에 잇는가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중생이 깨치면 부처라고 했다. 어제까지의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심기 일전 한다면 우리 조국에 다시는 부정 부패 불신 부조리 억압 대립의 음울한 겨울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원불교인은 어떠한가? 우리 교단은 어떠한가? 비가 온 뒤에는 땅이 더욱 단단해지고, 태풍이 지난 뒤 하늘은 더욱 맑고 바다는 더욱 잔잔하다.
 개교반백년 기념대회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남한강 사건, 인감 사건, 또 이로 인해 교단 인사파동, 이처럼 굵직한 사건들을 겪고, 이제 우리 교단에도 봄이 오기를 우리는 갈망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봄은 오고 잇는가? 중앙총부 예산 확보 문제는 수년을 거듭해 오고 있는 제자리걸음만을 답습하고 있지 않는가? 교단의 중요한 회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회의만을 거듭하고 있지 않는가?
 대종사님의 정신은 어디다 두었는가? 세속을 떠나서 도량이 따로 없고, 도량을 떠나서 세속이 따로 없다 했거늘, 우리 사회의 부조리 추방에 우리 교단은 과연 어떠한 일을 했는가? 갑남을녀들의 아픔에 얼마나 함께 했는가?
 번뇌가 즉 보리요, 보리가 즉 번뇌라 했거늘, 사회의 부조리 추방을 떠나서 세계정화가 어디 따로 있단 말인가? 長三(장삼) 李四(이사)와 세속의 고뇌를 함께 하는 것을 떠나 중생교화가 어디 따로 있단 말인가?
 우리 조국에 슬프고 긴 겨울이 찾아 왔던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위정자들과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있었다. 우리 교단이 대종사님의 정신을 차츰 망각하고, 대종사님의 정신을 옥 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도 역시 우리 교단의 지도자들에게 있다.
 교단의 여러 기관들을 공익 사업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명리추구를 위한 기관으로 착각하는 지도자, 교단의 법과 제도에 솔선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명리에 알맞도록 응용 자제하는 지도자 조국의 혼란을 이용해서 명리추구의 기회로 활살 자제하는 지도자, 이러한 지도자들의 가슴속에 한 가닥 참 성품의 꽃이 피어날 때 우리 교단에도 봄은 올 것이다.
 그 다음에 전교역자와 교도들의 가슴속에 대종사님의 혼이 뜨겁게 꿈틀거릴 때 우리 교단은 일원의 꽃이 만발하는 무르익은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조국에 봄은 오려는가. 우리 교단에 봄은 오려는가. 대종사님의 이름을 부르는 중생들의 마음속에 봄은 오려는가?
 옛 선사 이르기를
 獅子一吼(사자일후)에 野千(야천)이 腦裂(뇌열)이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