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55년도 인사교체에 즈음하여

총부인사위원회는 지난 4월 22일을 기하여, 새 교정원장 선출에 따른 총지부와 당년도 인사교체를 일제히 시행하였다. 이번 인사교체는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광범위한 것으로서, 이제 반백년을 넘어 선 발전적 계기에서 교단의 기능 재정비 강화와 아울러 새 기풍의 진작을 위한 기초적 작업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과업을 수행한 것이다.
그 동안 당국에서는 상당한 해당 자료에 의거하여 거듭되는 공의와 면밀한 심의를 거쳐 행해진 만큼, 그 결과야 물론 대체적으로는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기관 인사가 기대한 대로 교체되지 못하고 미루게 되었다는 것은 전면 개편을 단행하는 이 마당에 있어서는 자못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릇 인사란 그 사람과 그 환경에서 적재와 적소를 평가하는 공정한 규준 아니고는 또한 공정을 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 사람이 전재일 때에는 그 환경이 적소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일을 수행할 기능과 역량을 읽고야 만다는 논리는 상식에 속한다. 향상이 되었든, 퇴보가 되었든 간에 사람이 달라지고 따라서 환경도 달라지는 것이 이(理)의 정칙이기 때문에 그 변화하는 가운데 주체를 잃지 않고 수시로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인사교체의 요제는 그 주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에 적응하고 그 환경을 개선하며 리드해 자가는 새로워지고 새로워질 수 있는 인간의 계발에 있는 것이다. 그 환경을 떠나서 그 사람이 향상될 수 없고, 그 사람을 떠나서 또한 그 환경은 새로워질 수도 없으며 따라서 적재와 적소가 아니고는 우리들의 막중한 과업은 성취될 수도 없겠다.
교화의 임에 당하든 사업의 임에 당하든 우리들은 교직자 내지는 성직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새 회상, 새 세계의 역군으로써, 우리들은 이미 이 진리를 자각하고 성불제중과 제생의세의 서원을 다지며, 생사를 걸고 분명히 우리들은 이 일을 선택한 이상, 인사가 바뀌었다고 막중한 일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영생의 성업이 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어느 곳, 그 어느 때에는 그 뉘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이 곧 우리들의 공업인 역사를 현정하는 지중한 과업이요, 또한 이 일을 하는 우리들은 지중한 혈심의 형제인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종법사님께서는 중임, 취임 법설에서 「대 중화력, 대 감화력, 대 평등력」을 길러 교단 만대의 지표인 제생의세의 활력소로 삼자고 하시고 이어, 삼학의 바른 공부와 사중보은의 감사생활과 사요의 바른 실천을 통하여 이 세 가지 힘을 길러가자고 당부하여 주셨다. 이것은 우리 교단 60년대를 지향하는, 중흥 교단의 기추가 되는 생명의 길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생명의 이 한 길을 개척하고 현창하는 주인이 되고 지도자임을 자임하는 것이다. 바로 우리들이 해야 할 그 일속에 이 공부, 이 한 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서업에 만일의 불만도 공간도 허용할 수 없으며 일에 있어, 공부에 있어 이 공부와 이 사업이 일체화되는 곳에, 이 한 길이 면면히 발전하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들은 성직에 사는, 산 보람을 찾게 될 것이다. 이 보람이야말로 어찌 우리들만의 보람이겠는가. 만 중생과 함께 하는 이 힘을 길러 우리들은 또한 이 세계를 불은화 선법화하는 생명, 생활의 이 기쁨을 창조해야한다.
이제 우리들이 새 임지로 나아가는 곳에는 이 삼대력이(대 중화력과 대 감화력과 대 평등력이) 용솟음치는 생명의 고동소리가, 60년대, 교단 중흥의 새 역사위로 한 줄기 찬란한 빛을 던질 것을 기약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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