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기수들에게 기대한다.

반백년 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10월 대회를 목전에 두고 중앙총부를 비롯한 각 기관과 각 지부의 기수들이 대폭 이동되었다. 이것은 앞으로의 눈부신 도약을 기약하는 교단의 결의를 표명한 것이므로 많은 문제점- 특히 창교 이래의 최대 범위의 인사이동으로 인한 공백기 조성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반갑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7년에 걸친 교역자와 교우들의 혈심노력으로 기념사업이 소기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음은 우리가 다같이 경하해 마지않는 바, 이로써 우리 교단은 잠재역량을 재확인하게 되었고 교화를 비롯한 삼대사업의 추진에도 자신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한편 우리는 반백년 이상으로 36년을 일대로 하는 시간적 구분을 중요시하는 바 16년 후에는 2대 72년의 결산을 보아야 할 뜻 깊은 해가 대기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제 새로이 등장한 교단의 기수들은 그 때에 대비한 원대한 계획의 마련과 그 세찬 추진을 다짐하여야 될 줄로 안다. 또한 일시에 모두 바뀌게 된 각 기관과 지부지소의 당무자들은 실정파악을 신속히 하고 앞날 구상을 원대하게 하여 하루 빨리 안정을 얻고 추호도 교단활동에 공백이나 지연됨이 없기를 바라면서 새 기수들에게 당부하는 하나의 기대를 피력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책임행정의 자세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생계와 직결되는 직장도 아니요 권세를 자랑하는 직위도 아니며 오직 부처님 사업에 헌신한다는 법열과 공심으로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교역자들이기 때문에 시비를 피하고 무사안일하게 생활하려면 타성이라도 생긴다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교단 내의 가정적 분위기로 말미암아 직권을 인정하려들지 않거나 경시하고 승복을 거부하는 잠재적 습성이 상존하고 있는 환경에서 당무자들은 더욱 확고한 소신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전문석이 결여된 중의보다는 전문성을 지닌 개인의 의지가 더욱 현명할 수 있는 것이면 백인백출의 의견은 귀결점을 보기 힘들어 실기(失期)의 위험성이 많은 것이니 좌고우빙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약한 기수가 아니라 목표가 뚜렷하고 행로가 분명한 책임행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행정을 함으로써 무사고를 자랑함보다는 일어서서 뛰어다니다가 실패함이 그 가치는 높은 것이며 아무리 많은 회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책임은 결국 그 일을 집행한 당무자가 져야 하는 것이니 「당신네들의 결의한 바에 좇았는데 내가 무슨 책임이냐」의 변명은 있을 수도 없고 성립되지도 못하는 것임을 안다면 내 책임 하에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용단과 박력이 생겨나리라고 믿는다.
오늘날 우리 교단에서는 직무에 객관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느 교당이나 기관을 어느 교역자의 혈심노력으로 이루어놓았다 하더라도 이루어진 후에는 그 공덕을 높이 찬양하는데 그쳐야 하고 지배권의 개재가 남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대종사의 후광으로 이룩된 것이라는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거취는 오직 교단적 이익에 의하여 결정하고 그 이익 판단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에 이러한 자세가 결핍된다면 교단은 군웅할거의 봉건국가를 방불케 할 것이요 무질서와 무계통은 교단을 위하여 분명히 크게 유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총부가 강력한 영향력과 통제력을 발휘하고 신상필벌과 적재적소의 인사정책과 효율적인 교산경영을 해야만 도약단계에 상응한 행정질서가 확립되리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하여 비난공격도 난관에로도 감수하고 극복할 수 있는 소신 있고 박력을 가진 일꾼, 공심으로 뭉쳐 책임을 완수하는 일꾼과 그러한 일꾼이 추진하는 교단행정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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