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법사 일행이 영산선원에 들어서고 있다. 우 6 필자>

5월의 푸른 하늘 희망에 가슴 부푼 10일 아침이다. 다섯 대의 차에 분승하고 종법사님을 배행하는 일행 20여 인은 영산성지 참배의 길에 오른다.
신록이 짙어 가는 연도산야에 맥파(麥波)는 울렁이고 풀 냄새도 향긋하다.
마침 정산선생과 동승했다. 선생은 영산이 고향이다. 연도 각 지방의 유래와 지리에 대한 자상한 말씀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도 잊었다. 어느덧 삼남의 곡창인 김제평야를 달려 고부에서 동학란의 영도자 전봉준 장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창읍을 지날 때 차창으로 멀리 동쪽을 바라보니 노령산맥의 준령이 장성고을을 둘러싸고 서쪽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 고창의 주산인 방등산이 되고, 여기서부터 다시 뻗어간 산줄기가 서남 방으로 태청산을 이룬 다음 다시 영광 쪽으로 뻗어서 영광읍의 노인봉이 되고 군서면에서 삼십 리가량 평강 쪽으로 굽어져서 백수면 천정리에 접경하여 그 전면에 두루봉(약 200m)이 되고 거기서 다시 뻗어서 영산을 향하여 오다가 한 가닥이 갈라져서 청용을 이루어 구수산(母山)이 되고 다시 한 가닥 갈라져서 노루목 건너편의 구수산(子山)이 되어 이 줄기가 청용을 이루어서 멀리 서해수를 가로막고 있다. 이 산줄기는 구수산을 중심으로 하여 99봉인데 구수산의 끝을 맺은 산이 옥녀봉이 되었다. 영산성지에서 그다지 넓지 않은 평원을 끼고 산곡의 시냇물은 그 밑을 흐르고 있으며 옥녀봉 맞은편에 있는 대덕산(촛대봉) 기슭을 띠처럼 선진포 쪽에서 흐르는 조수가 드나드는 갯물이 있다. 그 중간지대 약 백만 평인 가운데 원불교 초창기 9인 제자들께서 피땀으로 이룩하신 방언간석지가 있고 대종사께서 탄생하신 곳은 옥녀봉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산밑에 있다. 이 산중턱에 상여바위가 있고 이 산기슭 아늑한 숲 사이에 탄생하신 터만이 남아있다. 마을 사람들이 상여바위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것은 와전일 것이요 아마 생혜(生慧)바위가 아닌가 한다. 녹음이 짙은 숲 앞에는 푸른 보리밭과 노오란 빛으로 덮인 유채 꽃이 아롱진 평원이 가로놓여 있어 풀 냄새도 그윽하다. 영산선원에서 바라보면 바로 동쪽에 한 가닥 갯물은 선진포 쪽으로부터 흘러 내려와서 대덕산(촛대봉)과 구수산(모산) 사이를 동남방으로부터 흘러 들어오고 다시한 가닥 산골 물은 합하고 또 합하여져서 냇물이 되어 옥녀봉을 끼고 흘러 이 근처에서 두 줄기 물이 서로 합수가 되어 옥녀봉의 기슭 서불방의 트인 곳을 흘러서 다시 20여 리를 Z자형으로 굽이굽이 흘러서 칠산 바다로 빠진다. 영산 길용리는 산진수회(山盡水廻)하고 모자상봉 하는 바로 그 곳 평원일대를 말한다. 둘러싸인 산세도 그다지 높지 않고 지향의 판국도 넓지는 않으나 두 줄기의 산맥이 작은 평원을 사이에 두고 영산성지를 남북으로 병풍을 마주 둘러친 듯 그 기슭을 여러 산골 물을 합친 산간수와 서해의 조수가 넘나드는 갯물과 합수되는 이 곳 영산 그 이름도 그러하려니와 이런 곳에서 불출세의 성자께서 출현하심도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며 이른바 천작지지(天作之地)요 성인가생지지(聖人可生之地)라고 하겠다.
영산을 중심으로 하여 이른바 지술상(地術上)으로도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옥녀봉에 있다고 함) 어옹수균구호롱장(漁翁垂鈞九虎弄獐)(노루목이란 곳이 있다) 아용도강와우형(兒龍渡江臥牛形)(법성포) 등 명당자리가 허다하고 예부터 전해지고 있는 말에도 삼두구미(三頭九尾)에 가활만인지지(可活萬人之地)가 있다고 하는데 생각하건대 삼두구미지지란 원불교 초창선배이신 구인제자가 대종사님을 모시고 거룩하신 방언공사를 하신 곳이 이곳이며 가활만인이란 하필 전란 때에 식량이 넉넉한 곳 소위 피난지를 할 만한 곳이라는 것보다도 구태여 이것을 말한다면 제생의세하실 대성자의 출현을 예언한 말로써 만인 즉 일체 중생의 큰 회상이 이곳에 이룩되어 만 생령을 법의 교화로써 제도하여 주시는 중생의 마음의 고향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중심지가 된다는 말로 풀이한다면 어떠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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