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르기를 이상은 높은 것, 현실은 낮은 것이라 한다. 꿈과 생시가 다르듯이 이상과 현실도 그와 같은 것, 뿐만 아니라 현실은 이상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사실상 이 지상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망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이상과 현실을 떼어놓을 수 있겠는가. 우리들의 육체에 비유하자면 마치 그것은 머리와 발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상은 머리이고 발은 현실이라 할 것이다. 이상을 부정하고 나서는 현실을 무시한 채 독존하는 이상은 이상일 수가 없다. 원래에 이상과 현실은 한 몸이자 한 숨결이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상과 현실의 괴리현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져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평등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등은 이상이요, 불평등은 현실이다. 말하자면 불평등 때문에 평등이 있는 것이다. 이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반드시 현실이 필요한 것이며 현실을 넘어서서 그것을 승화시키는 궁극의 자리가 곧 이상이라 할 것이다.
평등의 원리나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상식이므로 중언부언은 않기로 하거니와 평등과 불평등, 그 이상과 현실이 사뭇 동떨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 산업사회에서 야기되고 있는 평등과 불평등의 갈등으로 빚어진 갖가지 사례에 대해서는 사호 전반의 일대 각성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만인은 신 앞에서 평등한 것이다. 혹은 반드시 평등해야 된다는 식의 주의 주장에 앞서 인간의 평등에 대한 요구는 이미 강렬했던 것이다. 물론 신의 관념이나 사회 정의의 관념이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그 다른 것에서 서로 다르지 않는 것을 말하자면 평등의 원리를 이끌어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신의 관념이나 사회정의의 관념이 있은 다음에 이끌어 내게 된 평등의 원리가 아니다. 평등의 원리에 대한 욕구가 있은 연후에 나타나게 된 신의 관념, 사회 정의의 관념이었다. 즉 신의 관념이나 사회 정의의 관념은 평등 원리의 기초를 합리적으로 다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평등에 대한 요구는 신이나 사회 정의의 관념에 선행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진실로 평등은 우리 인류의 이상의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 중대한 일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겠다.
여기에는 우리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두 가지의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그것은 첫째, 어찌하여 현실은 불평등인가, 불평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는 현실의 불평등을 이상적으로 평등화할 수는 없는가. 만일 있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인가 등이다.
이제야말로 신 관념이나 사회정의의 관념이 내세우는 도식화된 평등이라는 간판 아래에서는 진정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불평등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길은 오로지 저마다 간직한 마음속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자타와 증애, 원근과 친소가 없는 「평등성」을 시시로 체득하고 평등성 거기에 담긴 자비와 사랑을 내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끊임없이 베풀어주는데 있지 않은가 싶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어쩌면 시시한 이야기 같지만, 아무래도 가진 자를 강자라 하고 못 가진 자를 약자라 친다면 도대체 한 번 각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저는 어찌하여 강자가 되고 나는 왜 약자가 됐는가. 강자와 약자는 과연 적대관계인가, 서로가 상충하고만 살아야 하는가? 결코 그게 아닌 것이다.
강자는 약자를 강자로 키워 이끌어 올리고 약자는 강자를 선도자 삼아 강자로서 향상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강· 약이 서로 진화하는 생명의 길인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강약이 조화하고 나아가서는 강자와 강자만이 균형을 이루는 그러한 평등 사회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즈음에도 우리들은 실로 「없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근심하라.(불환과이화불균(不患寡而患不均))」은 슬기를 새롭게 상기하면서 이 세상 구석구석 밝음 속의 어둠과 풍요속의 빈곤을 지켜보고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종교의 궁극적 목표가 평등사회, 인류의 평등화에 있는 것이라면 종교는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 공동체로서의 인간 의식과 사랑을 일깨워주고 이상을 도외시하고 제멋대로 내닫는 현실의 빈 수레에 부디 평등 사회의 눈부신 이상을 가득히 싣고 가도록 선도해야 하는 사명이 지워졌음을 더욱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의 궁극적 목표가 평등사회, 인류의 평등화에 있는 것이라면 종교는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 공동체로서의 인간 의식과 사랑을 일깨워주고 이상을 도외시하고 제멋대로 내닫는 현실의 빈 수레에 부디 평등 사회의 눈부신 이상을 가득히 싣고 하도록 선도해야 하는 사명이 지워졌음을 더욱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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