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관」하면 이제 생소한 이름은 아니다. 그것은 도리어 아직도 우리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은 한 조각 아쉬운 꿈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11월 17일 중앙총부에서 열린 교정위원회와 동 18일에 열린 중앙교의회에서는「서울회관 건립 추진」에 관한 의안이 주요 의제로 상정되어 장시간의 진지한 토의를 거친 끝에 마침내는 이를 원기 65년의 전 교단적 과업으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돌이켜 보자면 소위 「남한강 사건」이라는 엄청난 충격의 회오리바람이 전 교단을 휩쓸고 지나간 지도 어느 덧 10년 세월을 헤아리게 된 셈이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간 뒤 그 자리에는 그가(태풍) 때린 강도만큼의 피해가 없을 수 없다 하겠다. 물론 오늘날에 와서 우리들은 그 무슨 피해 의식을 되살려 보자는 것도 아니요 별로 내세울 거리도 못되는 10년 전의 사건 경위를 새삼스럽게 뒤새기잘 것도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튼 우리들로서는 처음으로 뜻하지도 않은 환난을 겪는 듯도 하였으나 일면으로는 귀중한 경륜 한 가지를 몸소 얻은 결과가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당시 서울회관의 건립은 온 교단의 염원이요 꿈인 것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교 반백년 사업의 중요한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서울회관 건립이 남한강 현지에서의 정지 작업과 신축 기공에 이어 건물 골조를 서서히 일으켜 가는 초반의 공정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좌절되었다는 것은 교단사상 있어서는 안 될 좋지 않은 오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 당시 반백년 사업회로서는 경험부족이니 의욕과잉이니 그 밖에도 여러 가지의 불합리한 요인들이 무리하게 작용하게 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등의 소박한 반성이 나오게도 되었지만 보다도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것은 금세기의 사회적 구조 악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는 우리들 저마다의 의식구조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이 긴요하게 요청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좀 더 근원적인 데에서 문제를 폐기하자면 외부의 불합리한 여건보다는 평소 자체 내부의 불철저한 경제적 사고의 허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듯 논리의 비약이니 사체를 그릇 판단하게 된 우유부단에서 빚어진 오류 등 자체 비판과 반성의 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못지않게 정신적 경제적인 부담이나 후유증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교단은 안팎으로 수런대는 와중에서도 일치단결하여 추호의 동요도 없이 자체 내의 끊임없는 성찰과 함께 사태의 추의와 사고 현실의 핵심을 바르게 또는 신속하게 진단하여 파악할 줄을 알았고 일시적인 미봉책으로서의 아니라 근원적으로 이에 대처하는 질서와 슬기 그 의지를 집결하여 마침내는 두 번 다시 저질러져서는 안 될 미증유의 시련적 환난을 극복할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서 중단하지 아니하고 한 걸음을 더 나아가 한 때의 좌절된 개교 50년대에 간직하였던 소중한 그 「결실」에의 꿈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는 것은 아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들만이 지니게 된 교단적 의지요 긍지가 아닌가 자부할 마도 하다.
이제 서울회관 건립추진위원회에서 제시한 구상에 따르면 명년에 착수하게 될 「원불교 서울회관」은 서울 남한강변에 이미 마련한 1천 7백 80평의 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7층, 연건평 3천여 평의 국제적 규모의 최신식 현대 건물로서 이안에는 서울교구의 교화장을 위한 회관을 비롯하여 복지회관, 청소년 회관, 노인 회관, 어린이 회관, 교역자 회관 등의 종합시설을 갖출 계획이라 하며 여기에 소요되는 총 공사비는 내외자를 합하여 약 15억이 추산되리라 한다.
차제에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난날의 쓰라린 경험을 교훈 삼아 교단적인 오점을 말끔히 씻어내고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착실히 딛고서 이루어지는 서울회관은 역사적 사명인 「정신개벽」을 상징하는 대 전당으로서 잃어버린 인류의 고향, 그 평화의 낙원을 곧 이 자리에서 활용하게 하는 정신의 현장이 되도록 우리 교단 공동체의 슬기와 총화된 역량을 이에 투자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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