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들의 거름이 되도록

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 날이 아니지만 1년이 지나면 새해라 이름 하여 새 희망과 새 설계로 새 출발을 약속하는 것이다.
다사다난한 시련을 겪었던 1971년 아직도 북괴의 남침의 파동이 가라앉지 않고, 대연각의 역겁난우의 화재 변화 등은 가슴 아픈 일들이었다.
원기 30년 8· 15 해방과 함께 왜정압박이 지나갔는가 했더니, 6· 25 사변이 터져 전란으로 3· 8선이 가로놓이게 되었고 친척들의 생사존망을 모르고 있는 우울한 현실 속에- 대한적십자사가 벌인 남북한 가족 찾기 운동도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더욱 감회가 깊다.
이제 우리 교단도 56년의 세월이 흘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연륜 속에 이루어진 기쁨과 안타까움도 가지각색으로 새겨졌다.
우선 지난 해 10월 8일에 열렸던 반백년 기념대회며, 원기 36년(1951) 3층 석조 한 동으로 창건한 원광대학이 종합대학교로 승격된 것 등, 세계종교로의 도약을 다짐하게 되었다.
이는 분명 재가· 출가들의 일일신 우일신의 신념이 가져다 준 결실이리라. 눈물겨운 보람이었고, 벅찬 감격의 순간들이었다.
이제 일원의 법음은 불우한 삶을 살아가는 맹아원 형무소까지 퍼져 그들의 답답한 가슴을 열어주고 올바른 인생길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10여 년 전의 과거를 회상할 때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 알려지지 못했던 우리 대도정법을 해외 각국으로 전하기 위해 출간된 영역교전은 또한 우리 교단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으로만 발전되었다고 자만할 일은 아니다. 안으로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외부내실(外富內實)이 되어도 원만치 못하듯, 우리 교세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만족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때를 당하여 갖추어야 할 것과 준비해야 할 것을 알아야 되겠다.
대종사께서 『지금은 과학만능시대라 각국 인사들이 서양에 모여 박사학위를 얻지만 도덕문명시대가 되면 각국 인들이 한국으로 도덕박사 학위를 얻으려고 올 시대가 머지않았다. 물밀 듯 밀려오는 인사들에게 도덕박사학위를 수여할 인물이 되려면 부지런히 삼대력을 얻어서 완전무결한 인걸이 되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우리 남녀 재가· 출가가 법동지들은 더욱 분발하여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지기를 빈다.
그간 우리는 우리 교내에서만 헤엄을 쳤지만 이대로만 있을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5대양 6대주로 진출할 시기가 당도하였다고 본다.
금년 새해는 교내일도 중차대하지만 우리 국가 민족을 위한 구원의 손길이 급하다고 생각한다. 타종교와 비종교인까지라도 자비의 손길을 보내야겠다.
고해풍랑에 신음하는 우리 동포에게 하루 속히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어야겠다. 개인 각자 각자가 다 같이 실력을 양성하고 인격도야에 전 힘을 기울여, 허영에 날뛰며 사치에 흐르는 썩은 정신과 자세를 바로 잡아서 참된 생활, 지혜로운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대종사님 당시에 구전심수한 선진님들도 어느덧 열반에 드시고 몇 분밖에 안 계신다. 나 역시 순리 자연한 공도를 따라 늙고 병들고 하여 뜻과 같이 활동을 못하는 생로병사의 길을 걸어 수양원이란 인생 종착역까지 도착하였다. 노이불수(老而不修) 파사불행(破事不行)이란 말씀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여생이나마 용맹정진 하여 후진들의 거름이 되고 거울이 되도록 이 생명 다 하도록 방심하지 않기를 맹서해본다.
새해에는 꼭 남북이 통일되기를 빌며 우리 교운이 시방세계 육도사생에게 고루 미쳐서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수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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