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창기로부터의 전통과 공중사를 단독이 처리 말라는 계율에 따라 본 교단에서는 각종 회의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는 공동참여와 공동책임 하에 공사를 신중하게 처리해 나가는 훌륭한 제도가 되었다. 그러나 요즈음 회의의 비능률적 집행으로 시간이 아깝게 생각되고 또  극히 일부라 하겠지만 책임 회피적 인상을 풍기는 느낌까지 갖게 되는 회의가 간혹 있으니 이는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회의는 주관자의 생각대로 통과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보완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건을 회의장에 입장해서야 알게 되고 심지어는 입장해서도 모르게 표기치도 않고 그런다고 할 때 참여인들의 좋은 의견이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관자들은 자신 못지않게 타인의 의견과 인격을 존중해서 충분히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안건제출에 성실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수계교역자강습 후 교정위원회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이 시간의 낭비란 생각을 갖게 되었음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차라리 안건이 타당치 않으면 상정을 당국에선 안해야 옳다. 지금 본 교단에서 가장 위력이 대단한 회의는 수위단회의를 제외하면 교정위원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가장 활발한 논의가 되는 것을 보면 무슨 사건이나 터져 수습책이나 상정될 때이다. 그럴 때면 대부분이 고열과 눈물로 분위기는 휩싸인다. 사건이 나기 이전, 교단발전을 위한 정책, 예산결산의 신중한 검토 등은 언제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이기 짝이 없다. 참으로 유감 된 일이다. 금년 회의만 하여도 원기61년도의 교단 기본정책 등이 상정되어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제 회계연도시작인 3월 1일을 훨씬 넘어 3월말일경에 교정위원회가 소집될 것이고 그 이튿날 중앙교의회가 소집될 것이 뻔하다. 그때는 또 시간이 바쁘다고 정책의 기조는 논의할 시간조차 없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해서 자칫하면 61년도 종래를 답습하여 안이한 해가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상쾌치가 않다. 회의의 능률적 활용에 힘써야 하겠다.
늦가을이다
 늦가을이다. 거두어 드리는 계절이다.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땀을 흘려 가을엔 풍성한 오곡을 거둔다. 많이 거두어 더욱 부자가 되어야겠다. 물적 소유를 많이 축적하여 가난에서 벗어나야 되겠다. 그러나 우리는 물적으로 축적된 소유물이 자신의 인간됨에 질적으로 얼마나 보탬이 되고 있는가를 이 가을에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참 부자란 물량적 부가 인간됨에 질적으로 많이 보탬이 되고 있는 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자신이 인간화되어지고 있는가 깊이 고려해보자. 인간화란 정신화라 표현하여 틀림이 없다. 인간평가의 표준은 그가 지니는 정신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월등한 체력과 부를 지니고 있어도 그 정신이 부패하여 불의의 편에 서게 되고 대의를 지키지 못한다 할 때 그의 인격은 제로인 것이다. 특히 종교 활동은 인간화작업이요, 정신화운동이다. 종교 활동에서 허식, 책략, 권모술수, 형식, 외모 등을 더욱 소중하게 여김은 부패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화 운동은 빛깔보다는 내실을, 양보다는 질을, 말보다는 신천을, 과시보다는 순수한 인간애로서의 봉사를 요청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이 종교인의 본질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운동이 체질화한 종교인 그가 참으로 큰 부자이다. 이 가을에 우리는 이러한 부를 거두어야 하겠다. 그래서 과거를 서로 탓하는 중생심을 버리고 미래를 건설하는데 힘쓸 것이며 어려운 일은 내가 한다는 것보다 남을 시켜먹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천역의 일에도 솔선 근면할 것이며 앞서가는 사람을 꺾는 것을 출세라 생각하지 말고 안으로는 경계하면서 외양으론 꾸미어 대접하지 말고 속을 툭 틀 것이며 자기 근친이외의 사람은 관계없는 남으로 단정하여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인간화되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이 정신화 운동이다. 정신화 운동의 결과는 하루아침에 거두게 되는 것이 아니다. 창자가 몇 천 번 끊어지는 아픔과 진통을 참아내는 인내의 소산인 것이다. 인내란 체념은 아니다. 이 가을에 참 부를 거두어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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