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현 교무/은덕문화원, 도쿄대 문학박사

우리 시대가 맞이하는 지구화는 경제적 획일화라는 획일성과 문화적 다양화라는 다양성을 동시에 포함한 시간적이면서 동시에 공간적인 복합화의 과정이다.

물질이 개벽되면서 이끌어내고 있는 획일화의 과정에 서구문명의 역할이 존재했다면, 인간에 대한 재고와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더 넓고 깊게 부응하며 우리 서로가 '없어서는 살수 없는 근원적인 존재'임을 이끌어 내는 문화적 가치는 앞으로 우리들이 담당해야 할 지구적 가치이기도 하다.

당시 전무출신으로 3년 여의 교역생활에 임했던 나는 다가올 아시아 시대의 문화기반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동·서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일원문화 창달에 절박함을 느꼈었다.

일본 유학은 이러한 각성이었고 동경대학에서 '종교문화'로 문학박사학위를 받기까지 '변화와 전통'이 하나 되는 일원문화의 가치창조는 상상을 초월하는 산고였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자립은 유학생에게 시급한 사안이었고 스스로 해결하기에 벅찬 부분은 경제적 자립이었다.

이때 제1회 해산국제육영장학회 장학금 소식을 접했다. 이 장학금은 나에게 있어 경제적 지원을 넘는 특별한 의미였다. 액수의 고하를 떠나 원불교라는 울타리가 큰 힘이 되어 믿어주고 있다는 전무출신으로서의 자신감을 얻는 기회였고, 학교 측에 원불교가 지구화 시대를 준비할 인재양성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랑할 장학금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후 인문사회학과 추천으로 2005년 동경대학 동문회 날 유학생 대표로 스피치를 하게 된 나는 쪽진 머리에 흰저고리와 검정치마를 입고,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가교역할을 하는 원불교 성직자의 삶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에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강의를 한 기억이 난다.

이처럼 해산 오이균 대호법님의 장학금은 낯선 땅에서 전무출신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나는 해산님을 직접 뵌 적은 없다. 하지만 해산님의 시대를 내다보는 혜안이 앞으로 원불교가 세계화되고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숨통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각자가 처한 세계일터에서 소태산대종사의 정신을 불태울 전무출신들의 모습에서 해산님을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귀국과 함께 은덕문화원에 근무하며 '소태산아카데미' 진행과, 세계여성대학 총장들을 비롯한 국내·외빈들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일원상 앞에서 맞이한다.

참으로 훌륭한 선진들의 혜안이 있었기에 이 어리석은 중생도 일원불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감사심에 두 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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