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은 몸에 유익합니다"

장수 번암에서 된장·간장·고추장 생산
물과 풍부한 일조량이 장맛에 영향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도모하는 야마가시즘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각인하게 되었다는 이남곡(사진 왼쪽)·서혜란 부부는 발효식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평화가 깃든 '좋은마을'. 장수군 번암면 멍덕골에 늦가을이 찾아 들었다. 산세 좋은 이곳에서 6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이남곡(65)·서혜란(58)부부. 젊은 시절 사회 변혁과 농촌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 멍덕골에 정착한 후 처음 시작한 일은 장류 사업이다. 소통, 상생, 나눔을 공존하는 야마기시즘 실현지의 8년간 생활이 장류사업을 하는 밑바탕이 됐다.

현재 좋은마을대표로 있는 이남곡 선생이 마을 제일 위쪽에 들어선 장류가공 공장의 지형적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한마디로 이곳이 발효조건이 좋다는 것이다. "저희들이 특별하게 한 것도 없는데 발효가 상당히 잘 돼요. 아마도 물이 좋고 좋은 원재료를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는 풍부한 일조량도 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선생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50여개의 항아리 중 된장과 간장이 담긴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특유의 구수한 향내가 풍겼다. 아마도 주변 자연환경과 장수지역에 나는 국산콩을 비롯 간수를 뺀 임자도 소금을 쓰는 요인도 있으리라.

"된장은 1년 묵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맛이 있다고 해요. 간장도 다른 집에 비해 적게 뺍니다. 그래야 맛에 차별이 생기죠." 지난해에는 11월에 수매한 40㎏ 콩 150가마를 전문공장으로 보내 메주를 위탁 생산하게 했지만 그 뒷일은 이들 부부가 마무리 짓는다. 콩 수매부터 장 담그기, 납품까지 1년 작업이다. 이를 통해 된장 항아리 75개와 간장 항아리 45개가 거의 동이 났을 정도다. 올해는 200가마를 준비하고 있다.

옆에서 남편 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서 씨도 한마디 거든다. 그녀는 실제 이곳 장류 가공공장의 대표다. 그의 말속에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움이 있다.

"장 담그기는 음력 1월 보름 전후가 가장 좋습니다. 장맛이 자연스럽게 우러납니다. 이 시기가 계절의 전환점입니다. 며칠 사이로 기후와 땅 기운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그녀는 청국장 띄우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담양에서 구입한 대소쿠리에 짚을 넣고 옛날 전통방식으로 띄운다. 1번 생산량은 3가마 120㎏이다.

"본격적으로 청국장을 하다 보니 찾는 분들이 많아요. 청국장은 10월쯤 시작됩니다. 소쿠리에 이불을 씌워서 만들고 있어요. 1주일에 1번 정도 띄우는데 7∼8월을 피하고 있습니다. 한 여름 띄운 것은 쓴맛이 비칩니다."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고추장에 대해서는 이 선생이 설명했다. 보리·오미자·찹쌀·사과고추장 생산에 대해서다. 보리고추장의 경우 보리쌀을 쪄서 삭이고, 찹쌀고추장 역시 마찬가지란다. 오미자고추장의 경우 찹쌀과 오미자 엑기스를 주 원료로 하고 사과 고추장은 찹쌀고추장에 사과 시럽을 넣는 점을 덧붙였다. 이 모든 것에는 청국장 가루가 포함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고추장은 종합식품이다"는 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들어 놓으면 주문이 막 들어 옵니다. 1주일에 한번씩 두레생협연합과 한국여성 민우회생협에 택배로 보내죠. 최대한 항아리에 있게 하는 것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보리고추장은 단골이 많이 생겼습니다. 주문량에 따라 사업을 하다 보니 수요량이 늘어났어요."

그러나 이들 부부는 서로를 쳐다보고 웃음만 짓는다. 무리하게 판로를 늘리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뜻이다.

▲ 맛있게 숙성된 된장은 불티나게 팔린다.

마침 고추장을 항아리에 담고 있던 좋은 마을 귀농 5년차인 전용우(53)씨와 귀농 10년차인 최석민(50)씨도 웃음을 머금는다. 그만큼 이들 부부의 마음씀이 편안하다는 것일게다.

잠시 산천을 구경하던 서씨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장류사업에 대해 자신있게 말했다. 주위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기쁨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랜 세월동안 장류가 밥상에 계속 올라오는 것에 호감을 가졌다. 발효식품인 관계로 소비도 계속 될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류사업을 하길 잘했어요, 푸대접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잖아요,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발효식품만으로도 소박한 밥상을 꾸밀 수 있습니다. 가짓수가 많지 않더라도 몸에 유익합니다. 선조들이 밥과 장류만 먹고 살았어도 건강을 유지하고 농사일을 했던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의 말은 집 거실에서 그대로 증명됐다.
점심공양으로 내어 놓은 김치, 찌개, 마늘장아찌 속에서도 자연스런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한마디로 보석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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