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심수 공부의 효력

어린 시절 일찍부터 유학(儒學)을 익히며 신동소리를 들었고, 14세 때 대종사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제법 성품자리를 안다'고 인정받아 '도성(道性)'이라는 법명을 받으신 주산종사이시다. 16세에 출가하시면서 봉래정사에서 대종사님을 시봉하였는데 그때 받들었던 여러 법문을 기록하여 남기셨다.

'출가서원송'으로 '마음은 영부님께 바치고 몸은 세계에 허락한다' 고 할 만큼 이미 출중했던 소년 주산이 여쭈었다. "지난 날에 경전으로 배울 때에는 도덕이 무엇인지 시비이해가 무엇인지 선악귀천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고 글만 읽었는데, 대종사님을 뵌 후로는 과거에 보던 글도 모두 새로이 알아지고 여러 이치가 차차 밝아지니 무슨 까닭입니까?"

대종사께서 손수 옷 한 벌을 내어 보이시면서 "이 옷으로 여기 있는 사람이 다 각기 입어보라. 옷이 맞겠느냐?" 하시고 경전으로 배움과 구전심수로 배움의 차이를 말씀해주셨다.

과거의 경전과 규칙으로 배움은 이미 만들어진 옷으로 여러 사람이 입는 것과 같으나 직접 구전심수로 배우는 것은 그 사람의 품과 키에 맞추어 새로 지어 입는 옷과 같다.

이어 말씀하시기를 "성인의 흉중에는 억천만 법이 포함하여 있다가 일의 형편과 사람의 근기를 보아서 응해 쓰나니라. 천 사람을 대하면 천 가지 법으로써 하고 만 사람을 대하면 만 가지 법으로써 하나니 그 제도하는 수단과 방편은 범상한 사람이 측량할 수 없다"라 하셨다. (월보 47호)

유(有)에 집착하면 무(無)로써 깨우침을 주시고, 무에 집착하면 유로써 깨우침을 주시며, 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복 짓는 방법을,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지혜 닦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며, 업장이 두터운 사람에게 업을 빨리 청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어 일체의 근기마다 일체의 법을 응용하시어 살활자재하시니 어찌 과거 경전공부에 비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대종사 당대 구전심수의 빠른 공부가 앞으로 시일이 지날수록 어려워질 것을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좌산상사께서는 '우리의 교법은 구전심수의 원리가 교법과 체제와 제도를 통하여 끊임없이 구현되도록 해놓으셨으므로 다만 각자가 그 심법을 이어받아 수용하고 소화하는 문제만 남아있다'고 하셨다.(원광 통권 207호)

'눈 먼 봉사라도 안심하고 가도록 큰 길을 닦아 놓았으니, 예전에 상근기가 백년 걸릴 공부도 내 법대로만 하면 1, 2년만 닦아도 그 공효를 이루리라' 하신 만큼, 근본에서 시작해서 삼라만상에 이르고 삼라만상에서 시작해서 근본에 이르러 사통오달로 모든 원리를 세세하게 밝혀주신 우리의 교법이니, 앞으로 언제까지라도 구전심수의 법맥이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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