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재능은 다양하지만 나는 단연 시인과 작곡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시인은 한정된 단어의 절묘한 조합으로 삶의 희·비·애·환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시대정신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작곡가 또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멜로디로 표현해 낸다는 점에서 시인의 창작력을 넘어서는 천재성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시인과 작곡가가 수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영혼을 맑게 하는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시와 음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점에서 체코가 낳은 작곡가 야콥 얀 리바(Ryba1765-1815)도 천재들의 반열에 함께 하는 영예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체코의 프레스티에서 태어나 평생동안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는 음악이야말로 유익한 예술이다'라는 신념으로 작곡과 후진들을 위한 음악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로즈미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어린이들의 음악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노래와 악기, 합창을 지도했다. 그러나 음악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좌절도 겪었지만 굽히지 않고 꿈을 펼쳐나갔다. 그는 숱한 시련속에서도 작곡에 전념하여 불후의 명곡을 남기게 되었다.

대표적인 곡으로 1796년 리바가 작곡한 '체코의 크리스마스 미사'곡은 오늘날에도 체코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은 오랫동안 라틴어로 불려왔던 종래의 미사곡을 체코어로 부를 수 있게 작곡한 것으로 리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바 음악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아름다운 음조를 띄었다. 이러한 음악세계와는 달리 그의 실제 생활은 외롭고 암울한 시절이 많았다.

리바는 한 때 정신질환에 시달기도 했다. 그는 1815년 어느 토요일 오후 아내의 장례식 미사를 마친후 혼자서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손에는 '마음의 평화에 관하여'라는 책이 들려 있었는데 부인을 잃고 살아갈 용기가 없다는 내용의 유언이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체코에서는 리바가 태어난 10월 26일이면 그가 주로 활동했던 로즈미탈 교회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온 마을 사람들은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추모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세월은 흘러도 리바는 그의 작품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심성과 영혼을 영롱히 빛나게 하는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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