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이 말은 원불교의 개교 표어이다. 60년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과연 이 땅에 얼마나 정신개벽을 가져왔는가? 또 원기60년(1975년)에 우리는 얼마만큼의 정신개벽을 이룩했는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엄숙하게 생각해보자. 정신개벽의 방향을 여섯 가지로 생각해보자. 첫 번째, 정신개벽이란 곧 정신이 열린다(啓, 開)는 것이다. 어두웠던 정신이 밝게, 즉 진리의 눈이 열리는 것이 개벽이다. 무명에 가리고 삼독심에 물든 우리의 정신이 과연 얼마나 밝아졌는가? 우리는 과연 진리의 눈을 뜨게 되었는가? 60년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인류에게 얼마나 진리의 눈을 열어 주었는가? 두 번째는 서로 막혔던 마음이 툭 트여져 통하는 것이 곧 정신개벽이다. 我相에 사로잡힌 내 마음이 과연 툭 트여져서 모든 사람이 다 드나들 수 있는 큰 길이 열렸는가? 너와 나, 우리 민족과 너의 민족, 우리 종교와 너의 종교, 원, 근, 친, 소에 따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너무나 두터운 벽이 가로 놓여 있지 않은가? 한 가정에서, 한 사회에서, 한 나라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파벌을 지었던가? 세 번째의 정신개벽은 서로 원망과 오해로 맺혔던 마음을 풀어버리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풀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상생상화 하는 것이 곧 정신개벽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없는가?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갖고 복수심에 불타올라 스스로 괴로움의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일은 없는가? 네 번째는 인간의 개성과 특성을 발휘하는 것이 곧 정신개벽이다. 이 세상 수십억 인류 중 그의 개성이나 특성은 각각이다. 인간은 로봇도 아니요, 기계도 아니다. 인간에겐 각자의 이름이 있듯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개성을 상실한 인간, 그것은 이미 하나의 기계이다. 그에게는 이름이 필요 없다. 주민등록증의 번호만 있으면 된다. 다섯 번째의 정신개벽은 지혜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지식의 홍수시대, 풍요한 물질 속에서 익사해버린 현대인들이 한 가닥 천부적 지혜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즉 자연을 정복하는 과학문명 속에서 인간의 도덕문화를 꽃피우는 것이다. 도덕문화가 없는 과학문명은 인간을 결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인간은 도덕문화의 그늘에 앉아 쉴 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인간의 정신이 나날이 새로워져 가는 것이 곧 정신개벽이다. 낡은 생각, 보수적인 사고방식에서 참신하고 진보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다. 고인물이 썩듯이 나날이 새로워지지 않는 정신은 병들어 버리고 만다. 낡은 나뭇잎은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나듯이 인간의 정신은 순간순간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신개벽의 방향을 여섯 가지로 살펴보았다. 「정신을 개벽하자」 이 말은 원불교의 지상과제다. 오늘도 정신개벽, 내일도 정신개벽, 또 영원한 미래를 통하여 정신개벽의 노력을 우리는 쉴 수 없는 것이다. 진리의 눈을 뜨고, 양심의 눈을 뜨고, 삼독심을 항복받고 각자의 성품을 발견하는 것이 곧 정신개벽이다. 너와 나, 여당과 야당, 공산주의자와 민주주의자, 기독교도와 불교도, 서로서로고집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을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말고 오직 사랑의 마음만으로 살아야 한다.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여 진리가 나에게 맡긴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과학문명은 잘못하면 인간을 파멸의 길로 이끌고 도덕문명은 인간을 구원한다. 항상 새로운 마음을 가진 자만이 발전한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이 말은 원불교의 제1장 제1과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정신개벽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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