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교에서 학교를 세우는 것은 그 목적을 다각적으로 들 수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두어 가지 뜻이 있다고 보아진다. 하나는 종교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교육이라 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교육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물론 우리 교립학교도 이러한 보편적인 가치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 교립학교의 건학정신이나 교육이념은 일원 대도의 종지가 그 뿌리를 이루고 이다. 그동안 일원대도를 기조로 하는 원불교 교육이념은 국민교육 이념과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종합대학교와 하나의 전문대학, 세 개의 고등학교, 세 개의 중학교, 세 개의 고등공민학교 등 그 교육의 현장을 확충하면서 20년 또는 30년의 연륜을 누비며 자라왔다.
겨우 이만한 것을 가지고 자부할 일은 못 된다 하더라도 이제 길지 않은 65년의 교단사나 교세의 입자에서 헤아려 볼 때 지금 우리 교립학교의 상황은 대견스러운 것이며 함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제자리를 누리고 있다. 사회적인 영향, 사회적인 기여도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교단인재양성이라는 막중한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화· 교육· 자선을 교단 3대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는 우리 교단으로서 그 어느 일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일찍이 교육의 중대성에 착안하여 이루 다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남다른 형극과 애로를 헤쳐 가며 이제는 이 나라 어느 교육의 장에 견주어도 추호의 손색이 없는 의젓한 원불교 교립학교로 성장 발전시키는데 혼을 쏟고 몸을 바쳐준 여러 선진의 지극한 혈심과 노고에 대하여서는 경의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교육에는 먼저 교육적 환경이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돼있어야 하고 교육 내용이 또한 아울러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이다. 교육의 공해니 교육의 위기니 하는 따위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에 있어서 교육환경이나 교육내용은 더더욱 중요한 것이지만 이러한 일들이 교육의 혼으로서 순리적으로 개선되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작동 처리되어간다는 데 현대의 비극이 있지 않은가 한다. 그러면 우리가 다 같이 바라는 진정한 교육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계제에서 우리 교립학교에 바라는 것은 교립학교의 건학정신 교육이념에 투철한 교육, 이에 충실한 산교육이다. 원광대학교에는 이미 「원불교」를 전공하는 교학대학과 대학생 전반에 통용되는 원불교 교양과정(교학개설)이 마련돼 있고 원불교사상연구 원활, 대학교당, 대학생 교우회의 자치활동 등 원불교 교화를 위한 기틀이 다양하게 짜여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전문대학과 중고등학교에 있어서는 아직 현저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교직원의정례법회와 학생들의 자치활동 등으로부터 점진적인 단계에 있다. 지금 당장 우리 중고등학생들에게 시급한 것은 「원불교 교과서」의 제정 보급이며 학교 교무의 배치라고 본다. 교정원 교화부와 교육부에서는 이 일의 긴요성을 감안하여 교과서의 편성 작업을 서둘러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는데 아무쪼록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며 교무 배치도 이제 더 시일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우리 교립학교의 원불교 교육은 이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30년 20년의 성년으로서의 그 바탕 위에서 어느 모로 보나 활성화해야 할 시기이다. 더구나 학교만 만들면 교육이 돼버리는 것처럼 착각하는 오늘날의 기계적인 교육에 대하여 원불교 교육으로써 살아있는 진수, 삭아있는 생활의 참 모습을 실현하는 계기를 주어야 할 것이다. 원불교 교육은 한 종교가 내세우는 종파적인 경향이 아니며 실로 전인교육으로서의 원리를 활용하는 기본교육으로 그 특징을 삼는 것이다. 우리 교립학교의 당무자들은 특히 이 점에 유의하여 원불교 교육의 보편화 방향에 대하여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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