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도 출가식이 지난 2월 26일 중앙총부 기념관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
금년도의 출가자는 원광대학교 교학대학 출신이 22명이고 동산선원 출신이 23명 그리고 원광대 한의대 출신이 1명, 남녀별로 보면 남자가 13명, 여자가 33명으로 모두 46명이다.
우리 교단은 지금 이 알차고 오롯하기만 한 46명의 거룩한 출가 장도를 감격 어린 눈으로 지켜보면서 이에 만장의 축복을 보내는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 교단사상 출가의 의의는 그 제도가 갖는 비중으로도 남다른 특징을 보여줌으로써 그야말로 출중 초화하다 하거니와 보다는 만 생령 가운데 인류, 그 수다한 인류 중의 한 개인으로서 세속적 생물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길에 집착하려 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출가를 결단하고 구도를 서원하는 그 뜻 그 행위는 역사적으로 희귀한 사건이요, 이 세상에서 누구나 다 하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출가자는 만 생령 중에서 빼어났고 모든 인류 가운데에서 뛰어난 것이다. 이것은 자만이나 자족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긍지요 사명이다.
출가는 그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되는 일도 아니다. 출가식을 마쳤다고 해서 출가를 끝낸 것도 아니다. 스스로의 결단, 스스로의 서원이 이루어지기까지에는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대사 인연이 여기 끊임없이 작용하였음을 늘 귀를 기울려 듣고 또한 늘 새롭게 자각하여야 하겠다. 나 한 사람의 출가가 나 한 사람만을 위하는 「독선기신(獨善其身)」의 소승적 범주에서 머물러 버리고 마는 것이라면 그것은 출가의 큰 뜻을 욕되게 허무하게 하는 소이이다. 출가는 결코 개인적인 의지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출가의 길은 일체중생의 궁극적인 이상으로서 일체 중생을 대신하여 곧 이 길로 내보낸 것이요, 그러기 때문에 이야말로 큰 일, 큰 인연(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 하는 것이다. 일체중생의 궁극적인 이상으로 스스로의 뜻을 정하고 끊임없이 진리를 구하며 일체 중생을 위하여 사는 것이니 출가는 뛰어 넘는 길인 동시에 되돌아와서 바쳐주는 삶이라, 이 세계를 한 집안 한 울안(시방일가)으로 열어나가는 길에서 일체생령을 한 몸(사생일신(四生一身))으로 이루어가는 삶으로써 출가자의 본분을 삼아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인 것을 알아야 한다.
일찍이 대산 종법사께서는 출가자에게 당부하시기를 「시방세계 육도사생의 생명이 나의 생명이요, 전체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알라.」하시고 이어 「자신과 교단과 세계를 위하여 남김없이 심신을 바치라. 만일 무엇에든지 걸림이 있으면 영겁대사가 무너지게 되리라.」하셨다. 출가를 결단하게 된 것은 한 때의 이익이나 보람을 위해서가 아니요. 실로 영겁대사를 꿰뚫어 나가는 길이며 이 한 숨결 이 한 발자욱으로부터 영원의 진실을 불러일으키고 다져나가는 바로 그 현실에서이다. 또 말씀하시기를 「몸은 천하의 뒤에 서서 일하고, 마음은 천하의 앞에 서서 일할지니라.」하셨다. 이것이 출가자의 자세이다. 출가자는 역사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 역사를 운전해나가는 저 엘리트와는 다르다. 그 뜻은 오히려 이미 역사 밖으로 사뭇 앞서가면서도(선각적) 그 몸은 언제나 역사의 맨 뒤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것이다. 티끌 속에서 살면서도 항상 티끌을 넘어서서 살아가는 거진출진의 상징이야말로 출가자로서 지니는 전인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선 진흙의 땅을 여의지 않으면서 진흙에 물들지 아니하고 오로지 맑고 훈훈한 향기를 베풀어가는 연화의 기품에서 출가자의 드높은 자세는 비유되기도 한다. 또 「성직은 누가 맡긴 것이 아니요, 스스로 맡은 천직」이라 하셨다. 이제 곧 성직에 임하게 될 출가자는 성직자로서의 긍지와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들의 성직은 세속적인 직업이 될 수 없음은 물론 이미 스스로가 서원을 통하여 선택하게 된 성직이기 때문에 긍지를 가직 디고 사명이라는 바탕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출가의 앞길은 반드시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애로가 있고 역류가 있다. 어둠이 있고 밝음도 있다. 전진이 있는가 하면 정체와 후퇴도 있겠지만, 어차피 즐거움보다는 고행을 선택한 것이 출가의 이 길일진대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진리의 듯으로 스스로의 긍지와 사명을 새롭게 간직하면서 오직 구도의 정렬과 함RP 중생 화익의 보람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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