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교 지도자의 대화를 보고

지난 10월 1일 대산 종법사의 초청을 받은 천도교의 최덕신 교령이 중앙총부를 방문하였다. 한 종단의 최고 지도자가 타종단의 최고지도자를 초청하거나 방문하는 일은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일찍이 없었던 일인 듯 하다. 더구나 대산 종법사는 대중이 모인 환영식장에서 최교령의 손을 맞잡으며, 천도교는 그동안 갑신개혁, 동학혁명, 3· 1 운동 등의 훌륭한 대중운동을 통해서 원불교 보다 사회에 끼친 바가 크다고 타종단인 천도교의 환영사가 있었다. 최교령 또한 대산 종법사의 손을 두 번, 세 번 맞잡으면서, 지난날의 외교관 생활을 통하여 국내외의 여러 가지 환영식장에 참여해보았으나 손과 손이 맞쥐어지는 흐뭇한 환영식은 처음 겪는 일이며 이것은 이미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있는 증거이니 양종단의 우의에 대하여 긴 말씀이 필요 없으려니와 앞으로 더욱 뜻을 연하자는 요지의 답사가 있었다. 이와 같이 양종단의 지도자가 초대면인데도 마음과 마음을 활짝 열어 환영하고 환영받음으로써 화한 기운이 넘치는 가운데 방문 회담의 막이 열렸다. 따라서 계속해서 이루어진 양 지도자의 대담이 시종일관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방향으로 진전됨으로써 어느 종단 간에서도 일찍이 찾아보기 어려운 합의점에 도달하였으니 ① 양 종단의 성지를 순방하는 공동순례단을 조직하며 ② 양 종단의 공동주최로 세계 종교인 대회를 개최하며 ③ 이 땅에 정신의 UN을 수립하는 위대한 과업을 공동이 노력으로 수행하자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장대한 결사이며, 이 얼마나 훌륭한 대화의 모습인가! 인류사를 통해서 헤아릴 수 없는 대화의 광장이 마련되어 왔으나 이만큼 장쾌하게 이루어진 대화가 있었을까? 더구나 근자에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대화의 길이 모색되고 있는 이 때 가장 바람직한 대화의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며, 우리는 이 의의를 세상에 널리 드러내주어야 할 것이다.
인류의 오랜 숙원인 세계 평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하루 속히 정신의 UN이 수립되어야 하려니와 이 양 종단의 흐뭇한 대화의 모습이 바로 정신적 UN의 축소된 한 가닥의 모습을 예시해 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 온 겨레의 뜨거운 소망이 담겨있는 남북 간의 대화가 이 양 지도자의 대화의 정신과 자세를 따른다면, 아무리 험난한 장벽이 있더라도 기어이 뚫리고야 말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9월 28일 이후낙 남북조절 위원장이 언론계에 보낸 공한(公翰) 가운데 『보다 대국적이고 승화된 차원에서 취재하고 기획하고 편집하여 보도함으로써 불필요한 감정의 유발로 대화가 저해되는 불행한 결과가 발행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의 협조를 다해주실 것을 언론계 제현께 간곡히 당부하고자 합니다.』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 몇 마디 속에는 한 차원 올라 선 훌륭한 대화의 정신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정신은 오히려 언론당국자들이 남북 대화에 임하는 당무자들에게 바라고 강조했어야 할 정신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뒤바뀌고 보니 언론에 관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본란은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으며, 그럴수록 상기한 두 지도자 간의 훌륭한 대화정신과 자세를 높이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여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하필이면 온 겨레의 간절한 소망이 남북 대화의 순조로운 진전을 향하여 모아지고 있는 이 때,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분당의 위기마저 아랑곳없다는 이 나라 제일 야당의 극한상황이다. 바라건대 하루 속히 파당 중심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나 건전한 야당육성을 갈망하는 온 국민의 공의를 따르는 결단이 내려지기를 촉구하여 마지않는다.
끝으로 대산 종법사와 최덕신 교령 간에 결실된 이 의의(意義) 깊은 대화의 정신이 이 나라 모든 종단 간에 두루 편만 되어 정신의 UN을 수립하기 위한 확고한 터전을 이루고, 나아가 전 세계의 정신 지도자들이 다투어 찾아와서 명실상부한 정신의 UN이 이 땅에 하루 속히 수립되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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