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웃풍 막아주는 화로

보조난방 기구로 실내 건조함 막아줘
화로 쓰임새 따라 인두, 부손, 부젓가락 곁들여

추운 겨울이면 어두운 꼭두새벽, 어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물을 덥히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셨다. 아침과 저녁나절에 아궁이에 군불을 피울 때 화력이 오래가는 나무인 약간 덜 마른 참나무나 바짝 마른 소나무 장작을 태워서 준비한 불씨를 모았다. 타고 남은 재로 덮어 잘 다독거리고 오랫동안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했으며 이 불은 하루 종일 그리고 밤새 방안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인류에게 있어서 문명을 가져다준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불이다. 인류가 자유로 일으키고 이용하면서부터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이 불을 사용하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불을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추측할 따름이다.

그러나 어둠을 밝히는 조명으로서의 불과 추위를 막아주는 난방으로서의 불, 그리고 점차 음식물을 조리하고 흙을 빚어 굽고, 쇠붙이를 녹여 각종 기물(器物)을 만들고, 국가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도구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화로의 기원은 선사시대의 중앙로(中央爐)라 할 수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수족형(獸足形)다리를 한 화로가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다리가 없는 것 또는 3족형 다리를 한 화로가 많이 쓰였다.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은 목조 건축물이며, 나무로 불을 때서 구들을 덥혀 난방을 했다.

추운 겨울에는 온돌을 통한 난방 외에도 웃풍을 막아주는 보조 난방기구로서 화로를 사용하였다.

화로의 용도는 바느질할 때 인두를 꽂아두고, 찌개를 데우며 군밤이나 토란을 구워 먹을 수 있고 언 손을 녹이며 담뱃불을 붙이고 물을 끓여 차를 만들고 아울러 실내의 건조함을 막는 등 다양하게 쓰였다.

집안 곳곳에서 두루 사용했던 화로는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였다.

조선 중기의 풍속에는 놋그릇을 중요하게 여기어 모든 그릇을 놋으로 만들어 썼다. 따라서 화로도 놋으로 만들었으며 철, 흙(자기, 토기, 도기), 곱돌 등을 깍아서 만들어 재료에 따라 놋화로, 무쇠화로, 질화로, 돌화로 등으로 부르며 형태에 따라 수로(手爐), 전화로 등으로 불렀다.

형태는 숯을 담기 편리하도록 원형, 사각형이 많으며 6각, 8각의 다각형도 있다. 숯불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다리를 달아 바닥과 거리를 유지하고 나무로 된 받침을 두기도 하였으며 손잡이를 달아 움직이기 쉽게 하였다. 재료에 따라 표면에 다양한 무늬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특히, 금속제 화로에는 수(壽)·복(福)과 같은 문자나 여러 가지 십장생, 석류, 국화, 뇌문(雷文), 만자문(卍字文)등의 문양을 새기거나 은입사(銀入絲)를 하여 장식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보통 화로에는 부젓가락과 부손, 인두 등을 갖추어 두고, 쓰임새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였다.

화로의 크기는 커다란 철제화로에서 가마 안에 갖고 다닐 수 있는 조그만 수로(手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상류층은 놋쇠화로나 백동화로를 사용했으며, 서민층은 주로 질화로나 무쇠화로를 사용했다.

▲ 놋쇠화로.
놋쇠화로는 가장 많이 쓰인 화로 가운데 하나로, 세 개의 다리에 높은 굽이 붙어 있고, 비교적 넓은 전이 달려 있으며, 다리의 윗부분은 개다리처럼 약간 앞으로 돌출되었다.

질화로는 자배기를 닮아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쩍 벌어졌으며, 좌우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있다.

무쇠화로는 튼튼하면서도 값이 비교적 저렴하여 어느 곳에건 두루 사용되었으며, 질화로와 형태는 비슷하나 손잡이가 밖으로 돌출되고 바닥에 세 개의 다리가 달려있다.

돌화로는 따뜻한 기운을 오래 간직할 뿐만 아니라, 공예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서 상류층에서 더 사랑을 받았다.
▲ 돌화로.
상류 가정에서 주인이 아랫목에 앉아 손님을 맞을 때는 화로를 손님 가까이 옮겨주는 것을 예의로 삼았으며 서민층에서도 화로를 연장자나 손님 곁으로 밀어주어서 따뜻한 정을 표하였다.

화로는 언제나 따뜻한 불씨를 안고 우리의 삶을 덥혀 주던 생활도구로 가족 간 화목한 정(情)을 일깨웠다.
온 가족이 화로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고구마와 밤을 구워먹으며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 얘기는 깊어만 간다.
▲ 김수영 / 등잔박물관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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