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의 문화 관광자원 활용 현황과 종교 언론의 역할

▲ 최규창 기독교신문 편집국장

최근 '종교관광' 트렌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정부도 '종교관광'을 관광사업의 한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민생활의 향상에 따른 여가시간 확대와 종교적 욕구의 증대 등이 '종교관광'의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종교언론인협의회는 11월28~29일 제13회 종교언론인 심포지엄을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아래 개최했다. 본 기획은 심포지엄에서 최규창 기독교신문 편집국장이 기조발표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종교관광의 개념과 현황
2007년 결성된 세계종교관광협회는 종교관광이 연간 180억불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관광사업임에도 종교와 관련된 여행 컨텐츠개발은 아직 초보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긍정적이고 가치있는 '삶의 질' 향상 욕구에 따라 '대안관광'이 대두되고 있다. 이 흐름은 교육(education), 기분전환(entertainment), 자극(excitement)의 3E로 상징된다. 전시관광, 스포츠관광, 문화관광, 생태관광, 녹색관광과 더불어 '종교관광'이 대안관광으로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지만, 종교관광은 종교적인 동기에 따른 종교 문화자원 관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순례여행이 대표적이다.

종교의 문화유산은 관광사업의 주요 자산이다. 종교와 관련된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등의 관람이나, 입장으로 얻는 수입과 함께 각종 종교행사로부터 생긴 수익은 지역주민의 고용과 관광사업체의 수입을 증대시킨다. 그 여파로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종교유산과 관련된 관광상품은 관광사업의 주요한 상품자원이 된다.
관광정보시스템의 2008년 통계자료 보고에 따르면, 2008년 종교관광객이 6천5백22만6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관광지 방문객 7억3백여만명중 9.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 통계자료에서는 지역별 종교관광객의 대부분은 불교에 집중돼 있다. 불교 관광객이 5천860만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유교 관광객이 350만여명, 천주교 관광객이 110만여명에 달한다. 원불교 관광객수가 57만여명으로 그 뒤를 차지하고, 기독교가 22만여명으로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한다.

관광지별로 불교 관련 관광지가 125곳으로 가장 많고, 유교가 22곳, 천주교가 5곳, 기독교가 2곳, 원불교가 2곳, 동학이 5곳을 차지한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유적보존물, 유물, 축제의 분포에서도 불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적보존물은 불교가 1,265개로 가장 많으며, 천주교 33개, 기독교 9개가 있다. 불교의 국보가 58개, 보물이 342개이고, 천주교의 사적이 6곳, 유형문화재가 10개, 기념물이 17개로 알려졌다. 기독교는 사적이 2곳, 유형문화재가 3개, 기념물이 1개, 문화재자료 9개 등이다. 또한 유물은 전체 1,562개 중에서 불교가 1,462개로 대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종교유적지나 유물의 종교분포 차이는 각 종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와 같이해 온 불교나 민족종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상대적으로 연조가 짧은 천주교나 기독교는 유적이나 유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종교 문화자원 활성화를 위한 제언
종교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종교관광 정책의 세분화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종교유산 보호의 경우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도 있으나, 민간차원의 보호활동과 연계해 실효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종교관광 정책이나 지원방안에 앞서 종교관광에 대한 인식제고가 더 절실하다. 지방자치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각 지자체나 지방의회의 결정에 따른 개발로 많은 매장문화재가 파손되는 실정이다. 도시계획, 공단조성, 택지개발에 따른 매장문화재 훼손은 고의적인 것도 있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심각하다. 또 종교관광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무한정한 관광자원을 놓치는 것이고, 관광활성화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유·무형의 문화재는 결국 현재의 사람들이 어떻게 재해석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상품으로 콘텐츠화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관광상품의 성패가 좌우된다. 이는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모든 종교문화에 해당되는 문제다.

종교본연의 정체성과 결합된 종교관광

종교 본연의 신성한 종교의식이 곧 종교관광의 귀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예불 없는 사찰, 예배 없는 교회당의 관광상품화는 의미 없다. 그런 측면에서 종교관광은 각 종교의 포교나 선교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종교관광은 소속된 종교의 발전과 확산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해당종교의 선교나 포교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 기독교인으로 텅 비다시피한 유럽 일부 교회의 을씨년스런 예배를 목격하면서 느끼는 씁쓸한 감정은 어쩔 수 없는 신앙심의 발로다.

따라서 불교나 기독교 모두 그 종교 본연의 엄숙한 종교의식을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하고, 선교(포교)해야 한다. 불교의 템플스테이, 기독교의 기도원집회 등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종교적 교리 등 정신적 측면을 제외한 종교관광은 생명력이 없다.

종교간 연대로 콘텐츠 개발을

특히 종교간 연대와 네트워크를 통한 종교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10월말 일반에 선보인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 원불교의 4대 종교성지를 둘러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순례길'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라북도와 순례문화연구원이 4대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선포한 순례길은 걸어서 6박7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 및 지역 역사가 담긴 문화를 체험하는 순환코스로, 포장도로가 아닌 걷기 좋은 고샅길(골목길)로 이뤄져 있다.

또 지자체가 중심이 돼 종교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제주도는 도내 곳곳에 있는 각 종교의 성지를 알리는 '종교 성지 순례지' 발굴에 나섰다. 올해 600만명 관광객 유치를 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교 성지 순례지를 발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도는 주요 불교 성지순례지인 한라산 영실의 존자암과 체험사찰로 활용하고 있는 제주시의 관음사·광명사, 서귀포시의 법화사·약천사 등을 관광상품화 할 계획이다.

종교관광의 바른 정립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종교간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한 종단 내에서도 개별적으로 종교문화재 관리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종단간 연대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종교간, 지역간 종교관광 연계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종교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화합을 증진시킬 수 있다.

정부와 종교언론의 커뮤니케이션이 막혀 있어

종교언론은 각기 자신이 속한 종교의 문화자원을 재해석하고, 알림으로써 그 종교 소속 신도들의 문화적 지식을 함양해야 한다. 종교의 문화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기사 등은 그 종교의 교리에 기반해 신앙심을 고양시키는 것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각 종단의 종교 문화자원에 대한 이해가 낮다. 그 종단에 속한 이들조차 무엇이 종교문화재이며, 유적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각 종교언론은 우선 그 종단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자원을 적극 알리고, 이에 대한 역사해석 등 다양한 지식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그 종단 소속 신도들이 그 문화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하는 안내자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관련 부서는 종교에 대한 문화정책, 특히 문화 관광자원 정책에 대한 종교언론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

비근한 예로 종교 관련 문화정책에 대한 보도자료 하나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 종교언론은 정부가 어떠한 종교정책을 취하는지, 또는 문화 관광자원 활용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왜 적극적으로 찾아 소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지적이다. 종교정책을 입안해 집행하는 곳은 정부의 문화관련 기구이지, 종교언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홍보를 의뢰할 곳은 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정부이고, 종교언론은 이를 적극 보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데, 관련부서가 도외시하는데, 어떻게 종교 언론이 적극 나서 홍보할 수 있는가? 앞으로 정부와 종교언론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해 본다.

종교언론 매체 활용과 열린 시각의 연대

정부와 종교언론과의 홍보와 콘텐츠 협력이 필요하다. 문화관광에서 정작 홍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종교 관련 언론매체가 정부나 지자체의 홍보콘텐츠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도자료 제공은 물론 광고 등의 홍보에서 종교언론을 활용하지 못할 뿐아니라, 아예 도외시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도 관광상품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책당국이나 지자체가 종교언론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고, 홍보매체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관광체육부가 종교언론 등에 대한 홍보비 항목을 책정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언론간의 열린 시각에 따른 정보교류와 협력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타종교의 시설자원이나 유적, 유물에 대한 관점이 개방적이어야 한다.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해 재단할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앙적 잣대와 교리적 관점으로 타종교 문화시설을 배척하기보다,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종교언론의 지점은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종교의 문화자산에 대한 정보를 타종교 언론에 제공하는 등 교류의 폭을 넓혀야 한다. 특히 종교언론 공동의 목소리로 정부와 대화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종교간 갈등의 폭을 넓히거나 배타적 자세를 버리고, 상호이해와 공존의 태도로 종교 문화관광 활성화에 협력해야 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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