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화의 산 증인, 재가 수행공동체를 염원한다

▲ 선오회 정기훈련을 맞아 회원들이 부산교구 김일상 교구장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부산 동래온천의 역사가 스며있는 곳에 위치한 옛 동래수양원. 지금은 사회복지법인 원광으로 변모 해 어르신 단기보호센터와 원광노인휴양소가 운영 중이다.

원광노인휴양소의 근간은 부산 선오회. 사실 부산교구의 교무나 젊은 교도들도 잘 알지 못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의 오랜 토박이 어르신 교도들은 '선오회'를 잘 알고 있다. 선오회를 통해 숨은 정진 적공을 하며 선 맛을 느끼며 재미난 노후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 선오회가 11월23~28일까지 겨울훈련을 실시했다. 선오회는 매년 2회씩 일주일간 교리공부와 선정진 훈련을 하며, 월 1회 법회를 보고 있다.

선오회의 태동과 초선
부산 선오회(禪悟會)를 쉽게 이해하려면 원불교 교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선오회 박희성 회장(남산교당)과 김정선 부회장(재송교당)은 "교사를 살펴보자"며 교전을 펼쳤다. 교사 제3편 성업의 결실, 제2장 4절을 김 부회장이 읽어 내려갔다. "대종사 재세시부터 그토록 염원하시던 새 회상의 자선사업은 해방 직후에 전재동포구호로 그 막을 열었고 -중략- 원기48년 4월에 설립된 동래 수양원도 무의탁 노인들의 보호 사업과 회상 유공 노인들의 수양에 상당한 공헌을 하게 되었다."

김 부회장은 "선오회는 동래수양원 시절부터 조직된 교도들의 정진단체로 46년 역사를 이어왔다"며 "지금은 초기에 활동하던 어르신들이 모두 열반하시고, 2기부터 활동하셨던 몇 분이 활동 중이다"고 말했다. 교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정산종사 때부터 동래 수양원을 중심으로 3개월간 동·하선을 결제하고 수양에 전념하던 단체인 것이다. 원기55년 1월15일자 원불교신문에 '제1회 동래수양원 3개월 간 선 결제'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 원기76년 선오회의 겨울정기훈련, 벽을 보며 선정진 중이다.

'동래수양원에서는 부산지방 할머니들의 염원이던 수양을 주로 하는 제1회 선결제식을 지난 해 12월23일에 가졌다. 선원생은 20여명이며 3개월간 수선을 하게된다. 선 과정을 보면 아침좌선 1시간 30분, 오전 좌선 경강 1시간 30분, 오후 염불 간경 1시간, 저녁 염불 1시간.'

선오회 2기 회원인 정경주 교도(초량교당)는 "당시에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경상도에서 전라도 까지 선을 나러 가려면 얼마나 먼 길이었겠느냐"며 "이 곳은 영남 일대의 수양원으로 총부에서 법 높으신 어른들이 와서 3개월간 교도들을 공부 시키며 정진하던 곳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가 내 손을 꼭 붙들고 데리고 다녔던 모임이다"고 소개한다. 이어 이진행 교도도 "어머니랑 법회 보러 다녔다"며 "대를 이어 지금까지 회원으로 활동하는 데 지금은 며느리랑 떨어져 사니 그렇게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렇듯 선오회는 대(代)를 이어 회원이 되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김일동행 교도는 "우리 초량교당에서 어머니들이 많이 다녔다"며 "오늘도 5명이나 훈련에 참석했다"고 자랑한다. 오늘 참여한 초량교당 교도들은 모두 2기 회원이기도 하다. 김 교도는 "선도 잘 되고, 기도도 잘 되고, 우리가 조금씩 모은 회비로 이 노인 휴양소도 만들었고, 30년 넘게 공부하는 도반들이다"며 선오회에서 공부한 자랑꺼리를 늘어놓는다.
▲ 정기훈련 중 화합의 시간, 계란을 떨어트리면 안된다는 일심으로.

동·하선 결제로 공부 전력
동선의 '처처불상 사사불공' 교리공부 강사는 김일상 부산교구장이었다. 김 교구장은 "여러 어르신들이 부산교화의 산 증인들이시다"며 "부지런히 법력 갖춰서 꼭 성불에 이르자"고 운을 뗀 뒤 강의를 시작했다.

김 교구장이 질문을 했다. "선오회원 간의 불공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이어 최 교도는 "회원간 먼저 양보하여 서로 편의를 도모하며 친목을 다지며 선력 증진해 가는 것이지예"라고 대답한다. 김 교구장은 "교리는 쉽다. 다만 핵심을 얼마나 잘 실천해 가는가에 공부가 있다"고 강의했다.

결국 김 교구장의 처처불상 사사불공 강의 핵심을 잘 이해 한 선오회원들은 "교리를 삶 속에서 실천하며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특성과 상황을 살피며 그에 맞게 사는 것이 바로 불공이다"는 것을 쉽게 알아들었다.

선오회원들은 이렇듯 훈련을 하며 공부해 가는 것에 재미가 붙은 듯 저마다 작은 메모지에 또박 또박 개사한 노래 가사를 적어서 나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업이 바뀐다." 저마다 중생의 습관을 고쳐 부처로 거듭나고자 하는 염원이 얼마나 간절한지 느껴지는 모습이다.
▲ 훈련 중의 즐거운 오락시간.

수행공동체로 내생 준비
옛 동래수양원에 새로 지은 사회복지법인 원광은 1층은 각종 사무실과 법당, 식당을 갖췄고, 2층은 원광노인휴양소로 주로 교도들이 입주 해 신앙수행공동체 생활을 해 가고 있다. 2층 어르신들은 혼자 거동을 할 수 있어 기본적인 노인수발 보조만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아침 좌선과 오전 수양정진, 오후 염불을 철저히 지킨다. 과거 수양원의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는 셈이다. 3층은 단기보호센터로 24시간 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이 입주해 있다.

하인덕 선오회 지도교무는 "이 분들은 부산지역 자체적으로 수양과 선 공부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며 "과거 동래수양원의 면벽 선정진 분위기가 약간 흩어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공부하고 정진하는 재미, 말년을 수행공동체로 내생 준비를 함께 해 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향후 선오회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다. 현재 25명의 회원들이 매월 1회 법회를 열며 주소일념 원력을 뭉치며 법다운 말년을 위해 육근을 조절한다. 이제는 유언장 쓰기, 열반의 길 다녀오기를 체험할 때면 염불 독경 소리가 더 간절해진다. 서면교당 김성진, 구정훈 교도는 "우리는 선오회 막내둥이인 셈이다"며 "공부 좀 해 보려하나 마음같이 안되고 있어 젊어서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좁쌀 만한 영단이 모이고 모여 지혜가 열리고 영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밖으로 크게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내적으로 수행공동체를 지향해 가는 선오회의 진진한 맛이 달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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