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명
외설악의 설악동

<사진설명: 외설악 만물상에서 본 범봉운해>
육당 최남선 선생은 『탄탄히 짜인 맛은 금강산이 낫다고 하겠지만 너그러이 펴인 맛은 설악산이 낫다. 금강산은 드러나서 마치 길가에서 술파는 색시 같이 아무나 손을 잡게 된 한탄이 있음에 비하여 설악산은 절세의 미인이 그윽한 골속에 있으되 고운 모습이 물속의 고기를 놀라게 하는 듯한 뜻이 있어서 참으로 산수풍경의 지극한 취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금강산보다도 설악산에서 그 구하는 바를 비로소 만족할 것이다.』
설악산의 산자수명은 사계절이 내내 으뜸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 단풍은 유독 절경이다. 설악동에는 서남쪽으로 권금성과 토왕성이 있다. 권근성은 신라 진성여왕이 전쟁의 피난처로 권, 김, 두 장군을 시켜 1천 4백 척의 성(城)을 쌓았으나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마의태자의 애화만 남기고 내려오다가 산적의 소굴이 되었던 곳으로 산정에는 봉화대가 있고 훈련장, 샘터 등이 있으며 투석전을 하던 돌더미, 물을 담았던 통, 기와 등이 지금도 남아있어 회고지정을 돋구어준다. 봉화대에 올라가면 외설악의 전체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남쪽에는 1년에 반은 눈을 이고 있는 대청봉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중청봉 소청봉 공룡능선이 서쪽 마등령까지 뻗어 흘렀고 왼쪽에는 화채봉 칠성봉 노적봉이 줄줄이 꼬리를 달았는데 북쪽에는 금강산 1만 2천봉에 참집하러 가던 도중 하도 덩치가 커서 늦장을 부리다가 설악산에 멎었다는 울산바위 등등 모두 깎아놓은 옥순인데 설악동천을 굽어보면 옥경마고선이 단풍이 고와 구경 와서 놀던 와선대와 하늘로 오른 비선대며 어사 박문수와 소녀의 미담이 서린 금강굴이며 망군대 집선봉 연화대 세존봉 달마봉이며 기경, 미경, 비경이 잠겨있는 천불동 계곡이 한 눈에 들며 청봉으로부터 서서히 타고 내리는 단풍은 첩첩만첩의 총림 속에 웃는 듯 붉고 산 아래 개울바닥에는 청, 홍, 황, 녹색의 화원으로 2백리 둘레의 무더기 단풍은 종일 보아도 싫지 않을 절경이다.
설악동에서 토왕성 계곡을 타고 오르면 골짜기엔 온통 단풍을 친 병풍인데 선인봉과 노적봉의 바위벽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서 바른쪽으로 비스듬히 물줄기가 쏟아지다가 중간에 꺾이면서 치마폭 같이 떨어지는 폭포 위로 비룡조교가 하늘에 걸린 듯 둥실 떠 있다. 호박 같이 파인 탕(?)이 있는가 하면 담(潭)이 있어 기묘한 특징을 가진 육담 위로 흐르는 물은 괴었다가 넘쳐흐르다가 또 괴이는 모양이 한없이 정겹게 보이며 이곳은 6개의 담(潭)과 폭포가 있다. 육담폭을 지나 한 10분 오르면 비룡폭포가 있는데 20여 미터에서 떨어지면서 그 아래 넓고 깊은 담(潭)을 이루어 물빛이 비취색보다 더 푸르다. 이 폭포는 교룡의 심술로 10년간 가뭄이 들 때 원효대사가 부적을 써 한 처녀를 빨래하러 보내 그 처녀로부터 여의주를 얻은 교룡이 하늘로 오름으로 이름 하여 「비룡폭포」라 하였다. 다시 고개를 들면 화채봉 먼발치에 토왕성 폭포가 떨어지는데 동그랗게 하늘만 남겨 놓고 사면이 치솟은 바위봉들, 맨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하늘 선녀가 짠 명주 빨래를 드리운 것 같다. 이 토왕성 폭포는 한국 제일의 폭포로서 그 높이가 자그마치 230m나 되며 겨울철 산악인들의 방폭 훈련장으로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설악동에서 계조암으로 가는 초입에 신흥사가 있고 왼쪽으로 내원암이 있으며 곧장 오르면 내원골로 마실령으로 넘어가게 된다.
계조암은 울산암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석굴을 의용한 암자로서 「동산· 각지· 봉정」의 세 조사가 수도하다가 의상과 원효 조사에게 계승케 했다 하여 계조암이라 불린다. 유명한 흔들바위도 곁에 있다.
다시 무명용사비를 조금 지나 왼쪽 넓은 골짜기는 황철봉과 저항령을 오르는 계곡인데 우측 계곡은 설악제 때 제물을 차린 문바우 골이 된다고 대청봉을 향해서 곧장 오르면 크게 두 갈래 길이 되는데 큰 계곡을 타고 오르면 외설악의 대표적인 천불동 계곡이 되며, 금강굴 입구에서 미륵봉 옆을 오르면 태백산맥 중에서 말 등에 오르기와 같이 어려운 마등령이 된다.
<교정원 재무부>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