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각 교구의 활동이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화 되는 듯하다. 그것은 3월 26일 대각개교절을 기하여 대부분의 교구에서 합동행사를 계획하고 있고 그 준비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해준다. 이번 계획하고 있는 행사의 내용에 있어서도 질량이 모두 충실하면서도 다양하고 그러면서도 겉치레 같은 형식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흐뭇한 것이다. 서울교구에서는 대산종법사가 집례하는 대법회가 문화체육관에서 어머니, 청년회, 원심 등 삼개 합창단의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개최되고 이어 사상 강연도 갖는다하며 부산교구에서는 자선행사를 중점적으로 펴는 동시에 교도소를 찾아 큰 위문행사를 갖고 고서기증과 교양강좌 등을 갖는다한다. 영광교구에서는 종법사가 하사한 일원상기 쟁탈 축구대회를 전라남도 각 축구팀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하고 이어 원불교강연을 갖는다하며 마산교구에서는 사회저명인사를 초청, 사상 강연회를 연다고 한다. 특히 교화부와 원광대학의 해외포교연구소는 합동으로 미국 뉴욕에서 국제수련회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행사들이 4월 3일에 전국 각처에서 메아리 칠 것을 생각하니 흐뭇한 일로써 이를 환영하는 바이며 다만 앞으로 시간이 충분하니 더 연구해서 유종의 미를 걷우도록 하길 바란다. 이런 교구행사를 우리가 환영하는 것은 첫째, 교구 또는 기관들이 대각개교절을 기하여 연합함으로써 큰 세력이 되어 행사를 한다는 점이요 둘째, 교구자체들의 경험과 필요에 의하여 행사계획이 자연발생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지금 현상의 교구상태가 우리가 바라는 체계와 조직이 되어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불모의 지대에 한 가냘픈 싹이 트였을 때 당국에서는 이들이 성장하도록 제도로써 뒷받침해 주는 데 인색하지 않길 재삼 당부한다.
반달이란 생활자세-교단발전의 이유
 본교단과 인연 깊은 한 노스님이 원불교 교단이 나날이 발전하는 이유를 똑똑한 사람이 많이 모여서가 아니라 똑똑치 못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더욱 발전이 빠르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닌 말인 듯 하나 음미할수록 깊은 뜻이 들어있는 말이다. 또 이 말은 우리에 대한 교훈이요, 어느 면에서는 예리한 충언으로도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 노스님의 말은 원불교의 내부를 잘 통찰하고서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원불교 교단 내에서 일하는 개개인을 볼 때는 어쩌면 어수룩하고 조금은 촌스럽고 어눌한 듯 하나 그들이 움직이고 나서 나타난 것을 볼 때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감히 업신여기지 못할 일들을 하고 있다는 여론은 이미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일반화되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건대 이러한 외부사회에서의 평에 교단 내의 모든 조직원들이 1백% 만족을 느끼며 그러한 긍지를 가질 수 있느냐고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들 모두가 초창기의 선진들처럼 스스로는 항상 대종사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하고 있는 불초라는 입장에 서 있어서 더 잘 받들려고 노력하는 자세인가 아니면 저 사람은 대종사의 정신을 잘 받들고 있지 못하는 사람이요, 오직 나만이 제일 잘 받들며 이어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만해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점검해 볼 일이다. 자기 자신을 반달(半月)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스승과 동지로부터 채워 받아서 비로소 왼달(滿月)을 이룰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활자세가 초창기 선진들의 생활 자세였다 할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개개인을 놓고 볼 때는 못나고 약한 듯 하나 전체로 나타날 때는 기적의 힘을 가지고 나타난다고 본다. 누구든 교사에 임함에 있어 반달이라는 자세를 지녀 전체에 힘이 되도록 각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밀 때가 지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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