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심판은 냉엄하다

유신체제하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도 목전에 박두하고 있다.
많은 우국지사들이 앞을 다투어 출마하였고 기어이 의정단상에 서 보겠다고 온갖 지혜와 노력을 총동원하여 당선을 노리고 있다. 조용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의 제약을 받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과연 어떠한 인사가 민의의 대변자로서 「데뷔」할는지는 자못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입후자들 또는 장차 당선자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화려한 지위와 권계에 현혹되어 그에 수반되는 책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출마자 전원이 언필칭 국가를 사랑하고 국운을 염려하며 국민의 복리를 도모한다고 강조하니 그것은 기우일 것으로 믿으나 진심으로 권세보다 책임을 중히 여기는 심정에서 그래도 한 번 국가를 위하여 그 무거운 책임을 져보겠다는 결의를 다져가지고 출마해야 할 것이다. 만약 책임보다 권세를 탐하는 마음이 앞서 있다면 그것은 비단 국민에 대한 배신이요 진리에 대한 반역임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공사란 그 범위가 넓고 그 대상이 많기 때문에 그 공과에 대한 상벌도 가중되는 것임을 우리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국회의원 후보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신년도에 교역자로서 새로 임명되는 신진들에게도 그대로 말할 수 있다. 그동안 학업에 전념해왔고 교역자 자격고시에 합격되어 교화선상에 이제 막 서려는 새 교역자들의 감격과 희망이 그 얼마나 크겠는가 하는 것은 재론의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기쁨일 수는 없고 거기에 갊아 있는 무거운 책임을 통절하게 느껴야만 한다. 대도정법의 홍포(弘布)에 있어서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인하여 침체에 빠진다거나 불성실한 탓으로 휴척(休戚)을 가져오게 한다면 그 죄과를 무엇으로 씻겠는가. 그러므로 교역자의 취임을 축복하는 이유가 결코 영달에 대한 것이 아니고 그 책임에 대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 하나의 활동여하가 교운과 중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깨달아 직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책임은 교단의 모든 기관 임원에게도 마찬가지이니 중앙총부의 실무진을 비롯하여 그 어느 한 사람도 이 책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거운 책임에는 그것에 대응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 권한은 결코 그 사람의 지위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 책임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을 외면한다든지 권한을 함부로 생각하고 남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최선의 길을 연구하고 선택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특신급 10계문 제1조에 공중사 단독처리를 급하고 있는 소이도 단순히 여러 사람에게 알려 오해나 섭섭한 감정을 갖지 않게 하자는 것뿐만이 아닌, 일 자체의 신중한 처리와 중지의 집결에 의한 합리적인 판단을 위한 것이라고 볼 때, 아무리 자기 권한에 속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또 아무리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하더라도 경솔한 판단이나 미숙한 자료처리로 공중사를 그르칠 수는 없는 것이며 중의를 모아 충분한 토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그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속의 책임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형사적인 응징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책임은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인간은 그 책임을 불문에 붙이기도 하고 면책을 하여 용서도 있을 수 있으며 은폐도 가능한 일이나, 진리에 대한 책임은 인과보응의 이치 따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국사나 공사나를 막론하고 모든 일의 처리에 세속적 책임만을 생각하지 말고 진리의 냉엄한 심판 앞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는 책임수행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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