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 건설은 우리나라가 지향할 50년대 국정목표로 정해져있다는 것은 이미 보도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유엔은 금년 81년을 「세계 장애자 보호」의 해로 정하고 장애자의 보호와 재활, 그 복지증진을 위하여 범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이들의 고통과 불행을 같이 나누어가지며, 이들과 함께 「우리」로서 살아나가는 동포애의 깊은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 희생적 봉사의 손길을 끊임없이 건네주고 베풀어주도록 촉구하고 있다.
생각해보자면, 이러한 인류애와 복지사회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세계적 사상의 경향은 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며 역사적 타당성이라 긍정하면서도, 이것이 세계 사상 초유의 사실, 미증유의 발원이 아니었던가 하는 데에 이르러서는 보다 뜻 깊은 생명의 자각과 아울러 한없는 긍지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발상이나 사례들이 이전(爾前)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부분적 산발적으로 혹은 관념적으로는 있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똑똑히 보고 겪은 역사적 경험의 사실은 6· 25 사변 때 우리나라에 파견되어 싸운 유엔군으로, 국제연합기구에서 침략자를 세계적 공동의 불의로 규정하고 세계 의용군을 모집, 당시로서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이방인 극동반도 우리나라에까지 출병하게 되었다는 것은 상황이야 좀 다르지만, 세계사상 처음 있었던 일대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비단 근세를 두고 또는 이미 지낸 우리나라의 6· 25를 배경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벌써 세상은 한판 달라져버린 것이다.
인류도 하나요, 세계도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무엇이든 하나라는 궁극적인 진리성을 통하여 보지 아니하고 하나의 전체적인 가치로서 수용하지 않거나 하나의 뜻으로 작용하지 않고는 안 되게 되었다. 아직도 세계사적 징후나 일체의 관계적 사실이 하나로서 볼 수 없고, 하나로서 수용하거나 하나로서 이루어나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요원한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하지만, 뜻있는 구안지사(具眼之士)에게는 이미 그 전천후(全天候)적 기상이 저마다 우리들의 뜰에 내려와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도 남는 일이다. 과학적 기술적인 합리의 방향에서야 벌써 세계는 한 울안이 되어 나타났고, 인류의 정신사적인 문제 또한 「지구 가족 공동체」로서 전 지구를 한 일터로 삼고 서로가 없어서는 살지 못할 생명의 은혜와 상생의 관계를 자각하지 아니하고는 한 발자욱도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음으로 양으로 또 알게 모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질풍노도는 때를 따라 세계 도처에서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새 역사의 방향은 오로지 한 바다를 향하여 조용히 쉬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우리들은 일찍이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을 통하여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임을 저마다의 마음바탕에서 체득하고 긍정하면서 하나의 세계 건설이 새 역사 창조의 궁극 목표인 것을 더욱 자각하고, 새 역사의 방향과 그 쉬임없는 흐름이 반드시 진리적 생명과 역사적 공동체를 성취하는 큰 깨달음으로 인류의 한 길을 열어나기를 기원하며 촉구하고 있다. 요즈음 세계는 자원문제· 식량문제· 폭발적인 인구문제· 국토문제· 인종차별· 국지적 전쟁· 전통과 전통 사이의 이질적 갈등· 개인적 자아문화의 한계성 등등으로 격동 격변의 소용돌이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여기 한 바다 한 길은 열리고 있으며 돌풍과 격랑은 오히려 한 바다 한 길의 만남에서 한결같은 흐름으로 도도히 굽이쳐 합류하고 더욱 소리치며 흘러갈 것을 믿는다.
복지사회라 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세계가 갖는 근원적 터전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공동체가 지향하는 이상을 성취하는 데에서 복지사회라는 현실적 가치는 저마다에게 주어질 것이다. 일체 중생의 고뇌와 비애를 저마다의 슬픔으로 아픔으로 속속들이 받아들여, 잉ㄹ체의 선(善)과 모든 진실을 서로가 나누어갖고 또한 일체의 행복을 모두가 함께 누리며 그 터전을 일구어 나갈 때에 우리들 공동체의 복지는 구현될 것이며, 자기 본위나 자아 중심의 사고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먼저 남과 이웃을 위하여 봉공하고 희생하여 오로지 낱 없는 마음으로 바쳐주는 이타행에서 근본 문제는 해결되고 서로가 다 같이 잘 사는 한 길이 열린다는 것은 하나의 건전한 상식으로서 이는 복지사회의 기본적 윤리이기도 한 것이다. 자유와 정의, 평등과 행복을 기틀로 하는 복지사회는 무주상(無住相)의 한 덕과 큰 사랑을 바탕으로 함으로써 마침내 세워지고 이루어지는 것이니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다양한 역사적 현실은 한 발자욱 여기 머물러 한 판 회광반조 하는 뜻 있는 계기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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